5살 딸 아이와의 강렬했던 첫 산행
5살 딸 아이와의 강렬했던 첫 산행
  • 칼럼니스트 소인환
  • 승인 2013.07.24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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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로서의 존재감을 새삼 느꼈죠

[연재] 두 아이 아빠 소인환의 육아토크

 

필자도 어느새 중년입니다. 어느덧 남들은 저를 주저 없이 아저씨라고 부르니까요. 중년은 잘 놀아야 한다더군요. 특히 자기가 재밌는 걸로요. 오늘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저는 큰 딸 아이가 5살 때부터 산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계기는 이렇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열심히 놀아주려고 노력했지만 고백하자면 사실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가 도무지 재미가 없었습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신체놀이라는 건 30분을 넘기기 어렵더군요. 아이는 재밌어하지만 저는 금방 지치고 그러다보니 곧 제게 싫증을 느끼고 엄마에게 갑니다.

 

엄마에게는 ‘도대체 애를 한 시간도 못 데리고 노느냐’며 핀잔을 듣기 일쑤입니다. 괴로움의 연속입니다. 제게는 시시한 아이들 놀이보다는 재미있고 도전적인 놀이가 필요했습니다. 더불어 엄마의 레이더망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아이엄마가 출근을 해야 해서 애를 봐야하는 데, 친구들에게서 북한산에 가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여건이 안 되다보니, 얼마나 더 가고 싶던 지요. 철없는 아빠인 저는 아이를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삼촌들이 하은이 보고 싶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아이는 좋다며 따라 나섭니다. 드디어 북한산에 갑니다. 기분은 즐겁지만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걱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만약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인데….’

 

처음엔 등산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고, 산 입구까지만 바람쐬러 갔다 올 계획이었습니다.

 

철없는 아빠인 저는 다시 아이를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하은아, 내려올 때는 업어 줄 테니까 같이 올라 가볼까?”

 

아직 어린 딸 아이와의 첫 산행은 생각보다 매우 재밌었습니다. 지나가는 산행벗님들께서 격려의 말을 해주십니다.

 

“아이구, 너무 이쁘네~”

 

“씩씩하게 잘 올라가네~”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내 주는 분, 과일을 건네주는 분도 있습니다. 딸아이는 의기양양합니다. 저는 왠지 으쓱합니다. 딸아이는 힘들다고 했지만, 약속을 해서인지 정말 영봉(604m)까지 혼자서 올라갔습니다.

 

필자와 딸 하은이과 함께 북한산 영봉(604m)에 오르던 날. ⓒ소인환
필자와 딸 하은이과 함께 북한산 영봉(604m)에 오르던 날. ⓒ소인환

 

“이제 다 올라왔으니까 업어줘~!”

 

저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업었습니다.

 

배낭과 잠바를 이용하면 포대기를 한 것처럼 충분히 단단하게 업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힘들었는지 업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따뜻한 체온이 등을 통해 전해집니다. 생각보다 힘이 듭니다. 아련한 마음도 같이 듭니다.

 

‘장하다 우리 딸 끝까지 해냈네, 이젠 걱정 마! 내려갈 때는 아빠가 업고 갈 테니….’

 

어린 딸과의 첫 산행은 그렇게 아빠라는 존재감과 아이에 대한 애틋함이 섞인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 후론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산에 갈 때도 아이를 데려가곤 합니다. 오랜 시간 아이를 돌봐주니 엄마도 좋아합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주말엔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가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놀 거리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거든요.

 

안내자로서의 역할이 새롭게 부여됐습니다. 산행 코스를 찾는 일부터 진행방향이 맞는지 위험하진 않은지 산세를 잘 살펴야 합니다. 중간중간 산딸기나 도토리는 없는지 찾아봐야하고, 동물들도 먼저 발견해서 구경시켜줘야 합니다. 특히, 나비나 다람쥐는 발견 즉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산은 제게 많은 보상을 줬습니다. 가족과 함께 놀 거리를 줬고, 제게는 취미를 줬고 무엇보다 아빠라는 자존감을 줬습니다. 요즘 캠핑이 유행이라던데, 아이가 아직 어려서 캠핑이 힘들다면 주말 산행을 추천해드립니다. 요즘은 정비가 잘 돼 있는 작은 산공원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대신 아이를 업을 수 있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소인환은 영어교육 전문기업 능률교육의 유아영어 브랜드 '엔이키즈'팀(http://blog.naver.com/nekids) 차장이다. 미생물공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으며, 두 딸과 주말에 북한산에 가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교육 전문지 기자, 교육기업 홍보, 직원채용 및 교육 담당자를 거쳐 현재는 건강한 유아영어교육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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