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어 '어른 아이' 된 도담이
아이다운 것이 아이에게도 쉽지 않아요
[연재] 이문기의 우리 아이 통(通) 크게 키우기
만 5세인 도담(가명)이는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체격이 매우 작고 왜소한 여자 아이입니다. 위로 세 살이 많은 언니와 세 살 아래인 동생이 있습니다. 현재 엄마와 함께 살고 있고 아빠는 외국에 있습니다. 곧 이어 엄마와 도담이도 아빠가 계신 곳으로 갈 예정입니다. 이번이 도담이와 자매들에게 외국에 가는 것이 처음이 아닙니다. 도담이와 언니에게도 두 번째 해외 생활이 될 것입니다.
센터대기실에서 본 도담이는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늘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아이들이 본 책을 책장에 다시 꽂아 놓기도 하고 신발장의 신발들을 정리하는가 하면 동생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동생이 만지는 것들을 정리하고 만지지 못하게 하고 가지 못하게 하고. 상담자의 방에 들와서도 차분히 앉아서 상담자가 하라는 대로 방긋방긋 미소를 보여 가며 작업을 했습니다. 대기실에서의 도담이를 보고 주위에 있던 분들이 도담이를 칭찬했고 그런 도담이를 걱정스러운 듯 자랑스러운 듯 엄마는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상담실에 들어오자마자 엄마는 도담이를 어떻게 도와야할 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도담이가 동생이 태어난 후 아토피가 매우 심해졌고 요즘 들어 밤에 이불에 실례를 하는 횟수가 점점 늘었고 편식을 심하게 해서 식사 때마다 전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 외에는 도담이는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하셨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다하고 떼쓰는 경우도 없고 언니 말 잘 듣고 동생 잘 돌보고 엄마가 하는 집안일을 도맡아 돕고. 어린이집에서도 칭찬일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자가 엄마에게 도담이의 현재의 행동특성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과 더욱 심해진 시점을 다시 탐색해보니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3년 전 동생이 태어난 것이 도담이 가족이 아빠일로 해외에 나간 시점이었고 2년여를 살다가 다시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살고 다시 해외에 나가야하는 상황과 일치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엄마나 아빠는 도담이 자매에게 아빠에게 간다고만 말하고는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알려주지 않으셨습니다. 도담이 언니도 첫 번째 해외에 갔을 때 한동안 식욕을 잃고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는가 하면 한동안 눈을 깜박이는 틱 증상에 떼를 심하게 부려서 실상 언니 때문에 도담이를 거의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갓 태어난 동생까지 있었으니 도담이는 그야말로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살수 있다는 생존의 절박함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도담이의 행동은 부모님에게는 정말 다행이었고 고맙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새 도담이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하는 아이,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돼 있었습니다. 도담이의 그러한 절박함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요.
낯선 상황에서 도담이는 매우 불안하고 자기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매우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것은 늘 자기의 역량보다 과한 역할을 해내는 것이었고 그러한 보상으로 칭찬이 주어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엄마의 사랑에 대한 욕구는 늘 2%로 부족했을 것입니다. 낯선 곳에서 엄마에게 매달리고 싶었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도담이까지 그러기엔 엄마는 늘 언니와 동생을 돌보느라 시선조차 돌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욕구들이 쌓이고 쌓여 아니 실상은 도담이가 엄마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엄마가 알아차리지 못했고 현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도담이는 애정욕구에 대한 결핍을 보상받고자 과잉역할기대라는 것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신체화 증상들을 겪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우주와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품고 헤아려 줘야 할 것입니다. 그 안에서 편안한 아이가 되어야지 아이로 인해 편안한 엄마가 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는 것이 아이한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이문기는 아주대에서 상담심리전공 교육학석사를 취득했으며 주로 공공기관과 NGO단체에서 저소득 층 및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상담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들의 문제가 가족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고 이와 관련해 부모교육을 통한 가족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허그맘 아동청소년 심리센터에서 수석심리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베이비뉴스 · [email protected]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email protected]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