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되는 기분이란?
학부모가 되는 기분이란?
  • 칼럼니스트 원혜진
  • 승인 2011.02.17 14:52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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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서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처음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던 때가 생각난다. 4세 3월이었고, 만 두돌하고도 반이 된 나이. 막상 나는 아직 아이가 어리니까 일하는 날만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오후에 세시간씩만 보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어린이집이라는 곳을 가 본 아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그리고 또 언제 어린이집에 가냐고 계속 물어볼 정도였다.

 

어린이집에 몇 번 가서 놀아보고 선생님과 낯을 익히더니, 아이는 어린이집에 매일 가고 싶어했다. 엄마보다 선생님이 더 예쁘다고도 했다. (그 때의 충격이란!) 우리 부부는 홈스쿨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4세부터 어린이집이라니…….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잠깐씩 맡기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조금 무섭게 이야기를 해 보았다. 일단 결정을 하고나면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없고, 매일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마다 가야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가겠단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역시 오후에 잠깐씩 맡기는 것보다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오전시간에 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셨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의견과 아이의 의견에 따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한 이후, 나는 자식을 맡긴 죄인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매사에 선생님께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고, 어떻게 대해드려야하나 고민했다. 처음 맞이한 스승의 날엔, 고민 끝에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로 드렸다. 나에겐 둘도 없이 소중한 내 첫 아이인데, 내 아이를 어떻게 봐주실까 늘 고심고심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아이는 선생님을 잘 따랐고, 단체 생활에 잘 적응했고, 친구들을 좋아했다. 나는 내 아이를 잘 돌봐주신 여러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다. 선생님들 덕분에 내 일도 하고, 둘째, 셋째도 낳고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칠삭둥이로 태어나 씩씩하게 자라준 우리 큰아들. 정말 많이 컸다. 2011년 1월. ⓒ원혜진
칠삭둥이로 태어나 씩씩하게 자라준 우리 큰아들. 정말 많이 컸다. 2011년 1월. ⓒ원혜진
 

이제 그 큰아들이 8세가 되어 학교를 들어가게 되는 이 시점에, 또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는 친할머니께서 선생님으로 계시던 학교에 자주 가서 놀았고, 1학년 책으로 스티커놀이를 했었다. 할머니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자라 워낙 학교에 기대도 많았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1~2년은 다닐 생각도 없지 않았었다. (사실 무엇보다, 입학에 맞춰 넷째 출산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그래, 나의 초등 저학년 시절을 떠올려보자면, 즐거웠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하고나니, 이번엔 어떤 학교에 보내야하나가 고민이 되었다. 엄마가 쫓아다녀야한다는데, 아이 성적이 엄마 성적이라는데, 그동안 들어왔던 학교에 대한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이 마구 떠올랐다. 근처에 마땅한 대안학교를 찾기 힘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저학년만 다닐 생각이기 때문에 대안학교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혁신학교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솔직히 귀가 솔깃했다.

 

그러다 마침 혁신 학교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전교생이 60명도 안 되는 작은 분교 이야기를 들었다. 이사할 형편은 안 되어서 통학시간이 30분이나 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일년을 다니더라도 아이가 행복하게 다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그 학교의 학부모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나와 교육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선배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마음이 많이 끌렸다.

 

그렇지만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가 처음에 배정받은, 같은 아파트 단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가 학교까지 스쿨버스로 30분이나 이동해야 하는 점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 학교도 신설 학교이라 규모가 작았고, 젊은 선생님들도 많으신 듯, 학교 분위기도 활기차고 좋은 것 같았다. 아이에게도 주말이면 가서 자전거도 타고 연날리기도 하던 학교 운동장이어서 이미 익숙한 장소이기도 하다. 길을 두 번이나 건너야하지만, 벌써부터 혼자서도 오가는 곳이니 안심이 되었다.    

  

학교에 보내기로 한 이상 나는 또 아이를 맡긴 죄인이 될 듯 하다. 엄마로서는 너무나 소중한 아이이지만,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봐주실런지…….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 말처럼, 아이가 선생님을 존경하고 잘 따라주었으면 좋겠다. 제발, 30명 이상 되는 친구들 사이에서 별 말썽 없이 평범하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공부 시키는 걸 정말 싫어했다. 안그래도 소근육발달이 느린 아이를 붙들고 글씨 쓰기 연습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7세가 되니 받아쓰기까지 시키는 것을 보고 질색을 했다. 놀 나이에 공부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공부하라 소리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기특하게 엄마가 한번도 봐주지 않았는데 어린이집에서만 배워 6세에 한글을 뗀 우리 큰아들. 얼마전엔 두자리 덧셈 뺄셈까지 하는 걸 보고는 잠시 천재가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공부하지 말라니까 오히려 더 공부를 스스로 하는 것도 같다. 게다가 형이 스스로 하니까 동생들도 덩달아 공부한다면서 같이 앉아 끄적거린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공부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그저 대견하다.)

 

어쨌든 학교에 갈 준비로 아이에게 바른 자세와 바른 획순을 좀 가르치기로 했다. 하고싶은 말이 정말 많은 아이라, 선생님 말씀하실 때에는 선생님 얼굴만 잘 바라보라고 열심히 세뇌를 시키고 있다. 미리 가방도 사 놓았고, 추가 예방접종도 하러 다녀왔다. 어린이집 졸업사진도 찍었다. 3월 입학할 날이 기다려진다. 대안학교도 혁신학교도 아니지만, 우리 큰아들은 잘 적응할 거라고 믿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거라고 믿어본다.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아들 셋(04년, 06년, 08년생)을 키우며 넷째 딸(2011년 3월 출산 예정)을 임신한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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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011-04-19 23:25:00
겁날 것 같아요.
학부모가 된다는 것..
어떻게 보면 우리아이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테스트하는 시점이 되는 거잖아요.
비교도 하게 되고, 잔소리도 많게 되고.. ^^;
아닌가요. 제가 너무 앞질러 갔나요.
저는 학부모.. 겁나요. ㅜㅜ
우리

brose**** 2011-04-14 01:59:00
뭉클하죠..
울아들래미 어린이집 보낼때 첫날 엄청 울었네요..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근데 초등학교 들어가면.. 아

truelove**** 2011-02-18 19:27:00
설래죠
부모가 더 설레고

qer**** 2011-02-18 14:46:00
학부모...
학부모란말 들을려면8년이남앗는데

dnwls**** 2011-02-18 13:36:00
아..
저도 지나가는 아이들 보면 그런생각해여..
학부모가 되면 기분이 어떨까...
아..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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