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조기교육 대신 필요한 것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머리보다는 가슴에서 나온다
[연재] 하라비의 생활 섭생(攝生) 이야기
사회가 분화되고 인구가 늘면서 구성원들은 보다 나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젖어든 부모들은 어린 아이 때부터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면 경쟁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나봅니다. 여기에 교육을 이용한 상술이 더하여져 이제는 조기교육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물론 조기교육이란 단어의 개념을 정의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에 관한 것은 필자가 언급할 바는 아닙니다. 그런 문제는 해당 전문가에게 맡기고 여기서는 다만 조기교육에 따른 장단점을 부모들이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조기라는 말 자체가 이미 정상, 즉 인류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보편적인 범위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이란 반드시 선생과 학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선생이란 개념 속에는 자연인으로서의 선생뿐 만 아니라 교육체계도 포함됩니다. 또 여기서 말하는 학생은 아기인데 아기의 상태는 머리와 가슴은 아직 백지에 가깝고 몸은 생리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조기교육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인격체로서의 선생 교육체계(내용) 그리고 아기의 지적능력 감성 육체적인 성장도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선생은 사회에서 용인하는 일정한 자격은 있겠지만 개별적인 아기들의 성장에 적합한지는 별개일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내용 역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쟁에 필요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예컨대 영어라든가 혹은 비록 그림그리기 같은 감성적인 내용조차도 결국은 선생의 평가라는 과정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뇌를 피로하게 하는 것으로 국한 될 것입니다. 그런데 뇌를 피로하게 하는 교육은 마치 아린 아이의 백지 위에 선생이 아기 손을 잡고 그림을 그려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물론 아기의 백지에는 시간이 가면 좋든 나쁘든 어떤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의 손에 따라 그려진 바탕 그림은 아기의 자연스러운 성장에 장애를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기는 스스로 느끼려는 감성을 선생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강요받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물체의 몸은 세포 하나하나가 우주와 같은 무한한 컴퓨터와 같습니다. 어린 아기가 육체적으로 성장해 나가면 육체는 단순히 공간적으로만 커지는 것만이 아니라 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를 몸 세포 하나하나에 기억시키고 통합하고 그리고 생명활동을 위하여 환경에 최선의 적응이나 선택을 위해 그런 정보를 조절하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 선생에 의한 인위적이고 반복적인 정보주입 - 즉 조기교육은 아기의 성장에 장애를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아기의 성장은 체험을 통하여 삶에 가장 근본적인 적응력을 (생리적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기르는 과정입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만져보아 사물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고 소리를 내거나 웃거나 울거나 몸짓으로 부모나 그 외 사람들과의 감성적인 소통을 배웁니다. 대소변이나 때로는 병증으로 자신의 생리적인 적응력을 시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종합적으로(감성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는 저절로 궁금증이 생기게 되고 그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깨우쳐주는 것이 효율적인 교육일 것입니다. 아기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것을 묻게 되는데 이는 아기들이 말하기 전부터도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런데 만일 외부로부터 감성적인 자극이 없었다면 궁금증이 생겨날까요? 아기한테는 부모의 감성이 배인 우리말은 쉽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만 교육시간에 배우는 영어는 아무리 훌륭한 선생이라고 할지라도 아기의 뇌를 쉽게 피로하게 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반복하면 영어는 잘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만큼 기회비용은 발생하게 되어 그 만큼 다른 부분은 약해질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조기교육이 과연 경쟁력이 있는 지는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람의 삶이 경쟁력 하나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지만 백번 양보하여 그 경쟁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교육은 사회적 체제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사회체제가 바뀌면 조기교육은 이익은 없고 손해만 남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 오늘날의 영어의 비중이 미래사회에서는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매우 낮아진다면 조기에 영어를 배운 것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조기교육은 대량생산시대에 창의력보다는 숙련된 정신노동자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사회적인 면에서는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식이 감성적이고 종합적이고 환경에 적응력이 강한 개성적인 삶을 살아가는 원하는 부모라면 조기교육대신 밖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하고 다른 아기들과 어울리면서 사람세상을 체험하도록 권합니다.
*칼럼니스트 조연상은 현재 '하라비(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원장으로 선(仙)의학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올바른 섭생법을 알려주고자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의원 홈페이지(www.harabiclinic.com)를 통해서도 환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의 기미』, 『밥상 위의 한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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