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집에 아이 책이 별로 없네요?’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책꽂이를 보고 놀란다. 엄마가 문예창작학을 전공했고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니 아이 책이 다채롭고 풍성하리라 상상하는 모양이다. 책을 살피며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놀란다. ‘어머, 헌책방 딱지가 붙어있어요’ 맞다. 45권 중 5권이 선물로 받은 새 책이고 나머지는 모두 헌책방에서 구입한 중고도서다.
나는 아이 책을 구입하는 데 몇 가지 원칙을 뒀다. 헌책을 구입할 것. 그 때 그 때 소량 구입할 것.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후 구입할 것. 이런 규칙을 따르다보니 아이 책장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새 것, 깔끔한 것이 사랑받는 시대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지 않던가. 많이 사다놓고 썩히기 보단 소량의 책을 보유했더라도 재미를 다해 읽어주는 엄마의 노력이 중요하다.
◇ 아이책 구매 tip
1. 새책 같은 헌책사기
아이 그림책의 권당 가격은 팔구천원이다. 헌책방은 권당 가격이 평균 삼사천원이며 비싸도 오천원을 넘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 물건인데 어떻게 헌 걸 사줘요?’라는 엄마들도 있다. 헌책이라고 해서 거부감을 갖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 요즘은 서점의 엄격한 사전 검수를 거치므로 도서 상태가 양호하다.
*알라딘중고서점, 아름다운가게, 지역 되살림가게. 아나바다 장터 이용.
2. 그때 그때 소량 구입할 것
우리집에는 아이 책 45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뜯지 않은 전집이 두 박스 더 있다. 싸게 준다는 출판사 직원 말에 일시불로 카드를 긁은 게 화근이다. 지금까지 창고 신세를 면치 못한 그것들은 로켓트와 망원경, 우주선 실사로 채워진 과학전집이다. 우리 아이가 과학전집을 보려면 족히 몇 년은 기다려야하는 데 말이다. 아동전집의 ‘원가세일’은 언제든 찾아오는 기회이므로 성장단계에 맞춰 그 때 그 때 구입하는 것을 권한다.
*아이 성장 단계는 월별, 주별로 달라진다. 월별, 주별로 아이가 터득한 단어, 인지능력을 살펴가면서 책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후 구입할 것
그 책 유명하던데, 라는 옆집 엄마 말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가 추천한 베스트셀러라 하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고 주인공인 우리 아이가 싫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림의 비중이 큰 유아용 도서는 한 장 한 장 모든 페이지를 읽어본 후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읽어 본 후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엄마와 아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책 찾을 것
쉽지만 어려운 말이고 가장 주의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엄마가 읽어주기 고역스러운 책이면 아이도 그 책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반대로, 아이가 자꾸 딴청을 부리는 책이라면 엄마도 권하기 힘들어진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아이와 엄마 모두 좋아하는 책을 만날 수 있다. 시나브로 아이와 엄마 취향은 닮아가기 때문이다.
혹시 나와 아이의 독서 취향이 특정 장르로 편중되었거나 발란스가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유아출판사이트에 자주 접속해 시장 동향을 살피는 것도 괜찮다.
아이들에게 ‘책, 책, 책!’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엄마, 아빠, 혹은 텔레비전이 보여줄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우리 아이 책 리스트를 살펴보자. 책이 적은 것은 결코 걱정할 거리가 아니다. 첫 번째 과제는 있는 책 잘 읽어주기. 두 번째 과제는 있는 책 재미있게 읽어주기. 세 번째 과제는 있는 책 새롭게 읽어주기!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