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예비부부학교에 가는 이유
생활의 지혜, 소통의 방법, 금실 키우는 방법까지 가르쳐

1분. 국내 유명 예비부부학교 참가 신청이 마감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예비부부 100쌍을 모집하는데 매번 신청자가 몰려 선착순에 들지 못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아깝게 신청을 놓친 이들은 다음 모집 기간을 기다렸다가 ‘광클’(빛의 속도로 빨리 클릭하는 것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을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대체 이들이 이렇게까지 열심을 쏟아 예비부부학교에 등록하려는 이유가 뭘까.
예비부부교육 열풍이 뜨겁다. 종교단체에서 신도들을 중심으로 진행하던 예비부부교육이 수료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로의 다른 점이나 갈등 예방 방법, 생활의 지혜 등을 배울 수 있어 원만한 결혼생활을 바라는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종교단체가 아니고는 예비부부교육을 진행하는 곳을 찾기 힘들었지만,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2009년 각 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예비부부교실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예비부부학교에 찾아든 커플은 1만 8062명에 달한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국내 대표적인 한 예비부부학교는 매년 2000명 규모의 수료자를 배출하고 있다. 현재 비교적 규모 있게 예비부부학교를 운영하는 교회는 너더댓 곳이 있다. 매년 2~3만 명이 넘는 커플들이 예비부부학교에서 행복한 부부생활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예비부부교육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설 기관이나 개인 사업자들도 콘텐츠를 특화해 속속 예비부부교실을 열고 있다. 일대일 교육을 진행하거나 몇 주치 강의를 하루만에 한꺼번에 들을 수 있게 해 시간을 내기 바쁜 예비부부들에게 어필한다. 주로 심리학 박사나 가정학 박사들이 운영하는 부부상담소나 결혼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관마다 일정의 차이는 있지만 가르치는 내용의 큰 흐름은 비슷하다. 남녀의 성적, 정서적 차이나 소통의 기술 같은 부부간 관계 중심의 강의를 통해 서로가 다르다는 점,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친다. 재무관리, 건강관리, 자녀계획, 가사분담 등 결혼 생활에 필요한 실제적 기술도 가르친다. 특히 편지 쓰기, 세족식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인기가 좋다.
교육을 수료한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예비부부가 이런 교육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까닭에 있다. 부모가 보여주는 부부관계에 대해서만 학습했는데 시대가 변해 예전과는 달리 남성의 가정 참여도가 높아졌고 사회적으로 웰빙, 즉 정말 잘 사는 것에 대한 욕구가 주목받으면서 부를 통한 행복뿐 아니라 가족관계를 통한 삶의 질적 향상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근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예비부부학교를 수료한 조준원(30) 씨는 “결혼 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게 주로 미디어나 주변 기혼자를 통해서인데 거의 부정적인 얘기뿐이었다. 긍정적이라고 해도 실제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듣기 어려웠다. 부모님에게 듣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예비부부교육을 듣게 된 이유를 소개했다.
조준원 씨의 예비신부 김미라(29) 씨는 “처음에 아무 생각 없었지만 같이 들으면서 강의에 푹 빠졌다. 평소에 자주 투닥거리는데 우리가 왜 싸우는지 알게 됐고 평소 대화가 잘 안 되던 부분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유익했다. 남자친구는 성교육이랑 재정교육을 제일 유익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프러포즈도 골치 아팠는데 통으로 해결했다고 좋아하더라. 서로 만족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모든 수료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예비부부교육을 수차례 진행한 유명 기관 교육의 경우에도 개인 온도 차가 크다. 자신은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상대방이 원해 어쩔 수 없이 나간 경우, 사람들 앞에서 나서서 말하는 것을 꺼리는 성격인데 그룹이나 개인 발표를 꼭 해야 하는 경우, 강사가 이야기하는 방향이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너무 다른 경우 등이 주로 발생하는 컴플레인이다. 강의 내용과 강의의 필요에 공감하지 못하면 만족도가 현저히 낮다.
두란노예비부부학교의 한 관계자는 “수료자 708쌍 중 이혼한 커플이 3쌍 뿐이라는 방송이 나간 이후로 신청 문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기독교 교리를 기본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곳인데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예비부부학교가 많이 없다보니 다른 종교 분들께서 신청하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간혹 강의 내용 중 불편해 하는 점이 있다고 들었다. 기관에 따라 강의 내용이나 스타일이 다르니 본인의 성향, 신념과 잘 맞는지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정은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사업기획팀장은 “취업이 늦고 경제적 준비가 잘 되지 않아 결혼하는 게 어려워 지다보니 결혼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결혼을 하되 더 잘 준비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 같다. 동기부여나 서로 합의가 얼마나 돼 있느냐에 따라 만족도에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강의 주제가 흥미로워야 참여율도 만족도도 높아서 예비부부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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