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토요일엔 어디가?
아빠에겐 공동육아가 필요합니다
[연재] 두 아이 아빠 소인환의 육아토크
“토요일엔 내가 애들 볼 테니까 하루 쉬어.”
요즘 맞벌이 하시는 분 많으시죠. 맞벌이 부부들은 가사와 육아부담이 더욱 큽니다. 주중엔 회사일을 핑계로 가사와 육아 책임에서 조금이라도 도망쳐 보지만, 주말엔 꼼짝없습니다. 주말이 무섭습니다.
어느날, 저는 아이 엄마와 주말 스케줄 이야기를 하다가 대책도 없이 선언부터 하고 말았습니다. 요즘 아빠들끼리 애들과 여행가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던데, 여행까지는 못가더라도 아이가 어느 정도 컷으니 토요일 하루 정도는 저 혼자 아이를 돌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잘 하시면 아마 엄마들이 대환영 할 겁니다. 제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1. 동물원 나들이
혼자 아이를 보겠다고 호언했지만 막상 뭘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아이가 둘이니 준비할 것도 많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하니 주변의 관심도 괜히 부담스럽구요. 지원군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동네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총각때까지는 주말마다 같이 놀던 친구인데,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연락이 뜸해진 녀석입니다. 주말 안부를 물으니 애들하고 동물원을 갈 거라고 합니다.
“잘됐다! 주말에 계획도 없는데 같이 가자. 엄마들 가면 신경 쓸 것도 많은데...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애들 데리고 가면 어때? 차 한대로 같이 가면 되잖아.”
아빠 둘은 엄마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 구경에 도전을 했습니다. 엄마들은 일단 환영입니다. 제 아내는 목욕을 가고, 친구의 아내는 친정에 갔습니다.
제 딸 둘과 그 친구 아들 둘, 네 녀석은 동물원에 들어가자마자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친구와 저는 애들 쫓아다니기 바쁘고 정신도 하나 없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딴 데 팔아도 한 아이가 안보입니다. 도대체 동물구경을 할 수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동물원엔 차도 없고, 자전거도 없어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딸아이가 이야기 합니다. “아빠 동엽이네랑 또 놀자~!”
이후 그 친구와는 과학관도 가고 박물관도 가고 놀이터도 가고, 심지어 마트도 같이 가곤 합니다.
#2. 회사 등산 모임 따라가기
회사에서 토요일에 등산을 간다고 합니다. 평소 아이와 산에 다녔던 터라 자랑겸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과 임원분들도 동행하는 자리라서 사실 걱정이 됐습니다. 어른들 가는데 아이 데려왔다고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말입니다.
야외에서 사장님과 임원분들을 만나니 처음엔 좀 어색하더군요. 그런데, 사장님이 딸아이에게 “나는 사장 할아버지야, 근데 여기 부장 아저씨가 더 높은 사람이야”라고 농담을 하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습니다. 사장 할아버지는 웃으시며 딸아이 이름도 물어보고 용돈도 주셨습니다. 평소 어렵던 사장님이셨는데, 사장 할아버지라니 느낌이 색다릅니다.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도 좋아합니다. 자기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그냥 좋았나 봅니다. 산을 오르면서 제 딸은 아예 여성동료분과 손을 잡고 가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신나게 수다떨며 어느새 이모 조카가 돼 있더군요. 여자들의 수다는 연령을 초월하나 봅니다.
집에서 딸아이가 물어봅니다. “아빠, 회사에서 산에 또 안가? 회사 이모가 또 만나자고 했어.” 이후 저는 회사에서 산에도 가고 마라톤 대회에도 나가고 야유회에도 데려갔습니다.
#3. 스케이트장 가기
지난 주말엔 더위도 피할 겸 아이를 데리고 빙상장엘 갔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딸과 둘이 왔다고 하니 반갑더군요. 둘러보니 실내빙상장엔 엉거주춤 스케이트를 타는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이 유독 많습니다. 스케이트는 아빠랑 같이 타는 것일까요?
육아는 개인이 감당하는 차원을 넘어섰다는데, 저는 아빠들이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소소한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 혼자는 너무 힘들거든요. 빙상에서 만난 친구도 아이와 함께 종종 스케이트장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소인환은 영어교육 전문기업 능률교육의 유아영어 브랜드 '엔이키즈'팀(http://blog.naver.com/nekids) 차장이다. 미생물공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으며, 두 딸과 주말에 북한산에 가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교육 전문지 기자, 교육기업 홍보, 직원채용 및 교육 담당자를 거쳐 현재는 건강한 유아영어교육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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