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해서도 모유수유 계속해도 되나요?
임신 중 모유수유, 위험하지 않답니다
[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임신 중 모유수유’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친구가 있습니다. 제가 한의대를 다니던 때였지요. 그 날은 부인과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임신의 추정 징후로는 브랙스톤-힉스 수축, 복부 팽창, 자궁 형상의 변화 등이 있습니다. 임신의 확정 징후로는 태아 심장박동의 확인, 초음파로 태아 모습 확인, 검사자의 태동 촉진 등이 있지요. 이론상으로는 아기가 발로 뻥 차는 것이 겉에서도 보이고 나서야 임신 사실을 알 수도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럴 리야 없겠죠?”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에 다들 와하하하 웃었습니다. 임신 24주에야 임신 사실을 알아차리는 그런 둔한 산모가 어디 있겠냐 싶었죠.
그런데 그 수업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어요.
“야, 나 둘째 임신했대. 7개월이래. 아기 태동 때문에 알았어.”
헉! 방금 배운, 설마 있으랴 싶은, 7개월 태동으로 임신을 알게 된 임신부가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난 겁니다!
“아니, 그 많은 임신의 가정 징후, 추정 징후들은 다 어디 가고... 확정 징후 중에서도 가장 늦은 태동으로 알게 된 거야?”
“첫째 모유수유 계속하고 있어서 월경은 계속 없었어. 입맛은 그냥 체해서 없는 줄 알았고 배는 첫째 출산 후 똥배가 안 들어가는 것인 줄 알았어! 배가 꾸르륵거리는 건 그냥 가스 찬 것인 줄 알았지.”
“놀랐겠다. 몸 관리도 미처 못했는데 벌써 임신 후기가 되어가네.”
“응. 다행히 모유수유하느라 술이나 약물은 피하고 있었고 건강한 식단 챙겨먹고 있었어.”
뱃속에서 7개월 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엄마를 편하게 해준 둘째아들도, 엄마는 눈치 채지 못했던 동생의 존재를 느끼고 많이 보챘던 첫째 딸도, 지금은 건강하고 씩씩한 어린이가 되었네요. 임신 중 모유수유 안전성의 산 증인들이라고나 할까요.
임신해서 모유수유를 지속하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태아가 유산될 확률이 높아지거나 태아에게 영양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짐작이지요. 하지만 임신 중 모유수유에 대한 연구들은 태아의 유산 확률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큰 아이들에게 젖을 계속 먹여도 태아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임신 중 성관계에서 나오는 옥시토신(자궁수축 호르몬)보다 모유수유로 나오는 옥시토신이 훨씬 적습니다. 성관계도 가능한데, 하물며 자궁수축 호르몬이 훨씬 더 적게 나오는 모유수유가 위험할 리 없지요. 즉, 임신 상태에서도 적절한 체위와 배려로 부부간 성관계를 계속할 수 있듯, 임신 중 모유수유도 가능합니다.
또 모유로 영양이 빠져나가면 태아에게 영양이 부족할 것이란 생각도 기우에 불과합니다. 엄마가 충분히 영양 섭취를 한다면 모유 생산과 아기의 성장이 동시에 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부실하게 먹는다면 태아나 모유보다는 엄마 몸이 먼저 축난답니다. 아기들보다 엄마의 영양실조를 먼저 걱정해야 하지요.
물론 임신으로 엄마가 너무 힘들거나 유산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면, 큰 아이를 잘 달래면서 수유를 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임신이 꼭 수유 중단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점을 알아 두세요.
임신 중 모유수유가 계속 이어져서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큰 아이와 같이 수유를 시작할 수도 있고, 엄마젖을 끊었던 큰 아이가 동생이 젖 먹는 것을 보고 다시 모유수유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형제 모유수유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tandem nursing을 검색해보시면 신생아와 유아를 같이 젖먹이는 사진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tandem은 ‘2인용’이란 뜻입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큰 아이에게 동생의 젖 빨기가 우선임을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동생에게는 엄마젖이 주식이기 때문에 동생이 충분히 먹고 난 뒤에 큰 아이가 젖을 먹을 수 있도록 하여, 신생아에게 젖이 모자라지 않도록 합니다. 큰 아이는 이미 세상의 다양한 음식을 많이 맛보았기 때문에 다시 엄마젖에만 매달리지는 않을 거예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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