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예로부터 현명한 여인이 아기를 가짐에 반드시 태교를 실천해 성군의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어머니가 계심을 알고 자신의 경험을 참작해 후세에 남기고자 한다."
조선시대 사주당 이 씨의 태교지침서인 ‘태교신기’ 내용을 담은 영상을 시작으로 6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국립국악원(원장 이동복)과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공식 후원한 ‘궁의 태교, 왕후의 뜨락’ 제2회 국악태교음악회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지난 5월 임신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궁의 태교, 왕후의 뜨락’ 그 두 번째 이야기로 꾸며진 이번 국악태교음악회에서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왕후의 태교를 위해 연주됐던 소리가 국립국악단 정악단 등에 의해 고스란히 재현됐다.
먼저 정악단의 ‘영산회상-염불도드리’가 첫 무대를 장식했다. 맑은 음색을 가진 단소 소리에 색을 덧입히듯 가야금과 거문고가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자랑했다. 거기에 양금과 장구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박자를 유지하며 매력을 더했다. 잔잔한 물결이 넘실대듯 9명의 단원들이 만들어낸 연주는 그렇게 관람객들의 마음속으로 흘러갔다.
다음으로 가야금에 문경아, 장구에 정준호가 병풍을 배경으로 ‘가야금산조’를 연주했다. 현악기인 가야금의 특성을 잘 살려 애절한 곡조를 연주하다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굿거리장단, 휘모리 등 경쾌하고 빠른 템포로 반전을 시도했다. 장구 또한 가는 채 소리와 묵직한 ‘쿵’소리로 장단을 맞추며 흥을 돋웠다.
공연 중간중간에는 조선시대 문헌 속에서 살펴본 태교에 대한 기록들이 차례로 소개돼 임신부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선왕실의 태교비법이 담겨있는 ‘조선왕조실록’, 성종의 어머니 인수대비가 쓴 ‘내훈’, 세종이 영아의 보호육성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태산요록’ 등 그 옛날부터 태교가 시행됐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감탄해 마지않았다.
"조선시대에는 왕실과 양반, 그리고 서민의 태교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회자 이미나 씨의 말에 이어 민속악단 단원인 유미리의 판소리와 정준호의 북 장단이 선보여졌다. 심청가 초입 부분 중 곽 씨부인이 예쁜 아기씨를 점지해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에서부터 심청이 태어나는 대목까지가 유미리의 목소리로 시원시원하게 읇어졌다. 소리꾼과 고수의 합주가 절묘히 어우러지자 단순할 수도 있는 판소리가 맛깔나게 표현됐다.
“도리도리~ 도리도리~ 지암지암~ 지암지암~ 곤지곤지~ 곤지곤지~ 아함아함~ 아함아함~”
유미리는 심청가를 부른 뒤 우리나라 전통 육아법인 ‘단동십훈’을 가르쳐 주는 시간을 가졌다. 부모가 흔히 아이에게 ‘도리도리’, ‘잼잼잼’이라고 하는데 이것에는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의미가 많다는 것. 유미리는 “단동십훈은 예로부터 우리의 정서와 신체건강에 도움을 줬던 전통육아법이다. 지금은 남편과 미리 예습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함께 하면서 왕자·공주 부럽지 않은 아이들로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지난 제1회 국악태교음악회에서 큰 박수를 받았던 아리랑 앙상블이 등장했다. 이들은 ‘LOVE’, ‘인연’, ‘이웃집 토토로’ 등 친숙한 음악들을 연이어 연주했다. 이미 알던 친숙한 음악에 단소, 해금, 가야금이 곁들여지니 더욱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간질였다. 임신부 몇몇은 들려오는 음악이 익숙한 듯 고개를 까딱거리며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리랑 앙상블의 반주에 맞춰 대교어린이TV어린이합창단의 깜찍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로 빠졌다. 아이들은 ‘우리집에 왜 왔니’, ‘두껍아 두껍아’ 등의 동요를 율동과 함께 선보였다. 한 아이가 “다같이 따라 해주세요”라고 하자 임신부들은 일제히 노래를 누르며 화답했다.
마지막 무대는 남사당놀이 최연소 전수자인 표지훈(8) 군 ‘상모놀이’로 꾸며졌다. 표 군은 전통타악예술원 공간의 단원들이 징, 꽹과리, 장구, 북으로 완성한 흥겨운 장단에 맞춰 상모를 돌리며 각종 묘기를 선보였다. 표 군이 공중에서 재주넘기 등을 하자 이날 무대 중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 이미나 씨는 “출산 앞둔 여러분께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드리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국악태교음악회를 통해 이날 하루만큼은 왕후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