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되지 않은 아동은 없게’ 국가가 약속했지만... 381명 놓쳤다

‘등록되지 않은 아동은 없게’ 국가가 약속했지만... 381명 놓쳤다

  • 이유주 기자
  • 승인 2026.03.11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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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사실혼 가족 현실과 괴리... 친생추정에 막힌 출생등록, "친생추정 규정 유연화 필요"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2024년 7월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아동 출생등록에 대한 국가 책임이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1년 6개월간 381명의 아동이 직권등록 유예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뉴스

2024년 7월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아동 출생등록에 대한 국가 책임이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1년 6개월간 381명의 아동이 직권등록 유예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과의 충돌 때문이다.

친생추정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와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법적으로 남편 또는 전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규정하는 것을 뜻한다.

혼인·이혼·재혼 관계에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현행 친생추정 체계로 인해, 실제 양육과 무관한 전남편을 법률상 아버지로 올리거나 이를 피하기 위한 ‘친생부인 허가청구’, ‘친생부인의 소’, ‘아버지를 정하는 소’ 등 법원 절차가 선행돼야만 출생 등록이 가능한 구조다. 이 과정이 아동의 신분 보장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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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아동의 온전한 출생등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혼 가정 등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을 보다 유연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친생 추정에 막힌 381명의 ‘식별된 그림자 아동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조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년 6개월간 381명의 아동이 직권등록 유예 상태를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381명 가운데 93%에 해당하는 354명은 친생추정 규정과 관련한 친자 소송 및 비송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권등록이 미뤄진 경우로 파악됐다.

이러한 추정은 실제 생물학적 아버지나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가 따로 있더라도 우선적으로 ‘법률상 남편의 자녀’로 기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재혼·사실혼·비혼 출산이 증가한 오늘날의 가족 현실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결국 출생통보제는 '국가가 모든 아동의 출생을 즉시 인지한다'는 목표에는 도달했지만, 출생사실을 파악하는데 그치고, 등록으로 연결되지 못하여 ‘식별된 그림자 아동’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예방접종, 건강검진, 보육료 지원, 각종 바우처 신청 과정에서 반복적인 행정적 거절이나 지연이 발생하고, 이는 위기 상황에 놓인 가족과 아동에게 또 다른 낙인과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출생통보제를 통해 ‘등록되지 않은 아동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등록되었지만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아동’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해외에서는 관련 법제를 정비해 왔다. 독일의 경우 1997년 민법 개정을 통해,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라도 이미 재혼한 때에는 아이 출생 당시 모와 혼인 중이던 현 남편을 아버지로 추정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일본은 2024년 4월부터 민법을 개정·시행하면서,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라도, 모가 재혼한 경우에는 재혼한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 이혼·재혼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이 전남편의 자녀로 기재되는 것을 방지하고, 출생신고 기피 동기를 줄이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이혼 후 300일 내 출생하더라도 출생 당시 모가 재혼 중이거나, 일정요건을 갖춘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현 배우자 또는 생부를 부로 추정하는 예외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당사자 간 합의와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전제로 가정법원이 비송절차를 통해 간이하게 친생추정을 변경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불필요한 장기 소송없이 실제 양육·혈연 관계에 부합하는 친자 기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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