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쓸 이야기가 생겼다"는 초밥집 사장님
[엄마가 한번 해봤어] 다정한 말 한 마디의 감동
오랜만에 가족 외식. 동네에서 조금 벗어난 초밥 집을 찾아갔다. 예약을 안 했더니, 마침 단체 손님이 있어서 조금 기다려야 한단다. 얼마나요? 한 시간쯤? 한 시간... 이렇게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한 30~40분 정도 기다리겠지. 아침도 거르고 왔는데... 난감했지만 결정은 그리 늦지 않았다.
"기왕 먹으러 온 거니까, 기다렸다 먹고 가겠습니다."
사실. 반기는 인상이 아니었다. 괜히 먹겠다고 했나, 눈치도 보였다. 예상 대로 한 시간까지 기다리진 않았다. 룸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작은 룸으로 안내받아 가족들과 오붓하게 이야기도 나눌 수도 있었다. 둘째 아이가 "아, 배고프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밖에서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귀여운 투정을 부릴 때쯤 매생이죽을 시작으로 음식이 나왔다.
오늘의 초밥 두 개와 A코스 초밥 두 개를 시켰는데, 게다리 튀김을 두 개 더 주셨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식사를 한참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요리사님이 직접 문을 열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손님 덕분에 오늘 제 일기장에 쓸 이야기가 생겼어요. 손님이 갑자기 몰려서 부득 대기 시간이 길다고 이야기 하면 화를 내는 분들이 많은데, 기왕 온 거니 먹고 가겠다는 말을 하신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초밥은 특별히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 나온 초밥을 다 드시고 꼭 마지막에 드시길 바랍니다."
기분이 좋았는지 남편은 이 동네 사람은 아닌데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음식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훈훈한 식사 자리.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뭔가를 '쓴다'는 표현을 하면 호감이 생긴다고 말했더니, 둘째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돈 쓰는 사람도?" 나는 웃으며 "그러엄, 그래서 아빠에게 완전 호감 있잖아. 이렇게 맛있는 초밥도 사주고. 생맥주까지! 너무 좋아." 배가 고파 그랬는지, 진짜 음식이 맛있었는지 싹 비워진 접시를 보고 내가 말했다.
"와, 오늘 요리사님 기분 정말 좋으시겠다."
요리사님이 그날 일기를 쓰셨는지, 진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도 기억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생겼다. 별거 아니지만 나도 이 봄, 다정한 말 한 마디로 주변에 작은 감동을 전해야겠다 생각하면서.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편집기자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성교육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일과 사는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펴냈습니다.
Copyright ⓒ 베이비뉴스 · [email protected]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email protected]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