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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아동, 초기 적응을 넘어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23.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복지사업팀 김유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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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김유라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복지사업팀 과장. ⓒ초록우산
김유라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복지사업팀 과장. ⓒ초록우산

◇ 어린 통역사가 된 소녀의 꿈

몽골에서 온 15살 소녀를 만난 적이 있다.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온 소녀는 초등학생 시절 국내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한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지내왔다. 이후 학생 비자를 발급 받아 체류는 가능해졌지만, 부모님의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용직 청소와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계신 부모님의 현재 소득으로는 교육비는커녕 월세와 공과금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녀는 집 안팎에서 부모님 통역을 맡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부모님을 대신해 집주인의 월세 독촉 문자와 공과금 고지서를 직접 읽고 전달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 과정에서 학업과 자신의 꿈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 유도를 좋아하고 재능도 인정받았지만, 밀린 유도부 회비로 운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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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배경아동 20만 명 시대: 초기 정착에 멈춰선 지원의 한계

2025년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5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202,208명으로 2012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몽골 소녀처럼 부모 모두 외국인인 가정 자녀의 비중 또한 26.1%로 4명 중 1명 수준이다. 

이처럼 이주배경아동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지원은 주로 초등 단계의 한국어 교육이나 초기 적응에 집중되어 있어 교육과정이 올라갈수록 이에 걸맞은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 또한 이주배경아동의 부모 대부분이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기술이나 전문성을 쌓기 어려워 단순 노동이나 일용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가정의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교육비를 충분히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아동은 부모를 대신해 통역 역할까지 맡으며 관공서나 주거 관련 소통을 담당하고 있어 학업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하다. 

결국 이주배경아동이 공부나 예체능에서 재능을 보이더라도 교육비 마련이나 시간의 제약으로 이를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초기 적응을 위한 지원은 마련되어 있지만, 이후 학업과 진로 탐색, 예체능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은 충분하지 않다. 

◇ 초기 정착 지원을 넘어, ‘재능 지원 바우처’ 도입이 필요하다

이주배경아동이 자신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단순한 초기 정착 지원을 넘어, 아이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재능 지원 바우처’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다문화 바우처’를 운영하고 있으나 거주 지역이나 체류 자격에 따라 혜택이 상이하다. 특히 불안정한 비자를 가졌거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가정은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기도 한다. 관련 제도를 정비해 재능이 있다면 비자에 관계 없이 누구나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공공 통역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일부 관공서나 병원에서는 상주 통역도우미를 두고 외국인 민원인을 위한 통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통역 언어가 영어, 중국어 등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서비스를 시행하는 관공서도 많지 않다. 이주배경아동이 부모를 대신해 통역을 맡지 않아도 되도록 병원, 학교, 관공서에서 전문 통역인 또는 전화 통역을 활용한 공공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체류 자격과 교육, 의료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과 같은 제도를 통해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체류 자격이 부여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과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모든 아동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한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체류 자격은 단순 신분 문제가 아닌 교육과 진로, 의료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과 직결되는 만큼 적용 대상 확대 및 취업 비자 신청 조건 완화 등 구제대책을 개선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우리 사회가 함께 키워야 할 아이들

이주배경아동이 가진 이중언어 능력과 문화적 다양성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충분한 지원이 없다면, 이들의 가능성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이주배경아동이 단순히 학교에 다니는 것을 넘어 자신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초기 적응 이후 진로 고민, 취업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주배경아동이 더 이상 환경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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