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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적응' 아닌 '포용'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33. 초록우산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 기솔 팀원

rlthf7777@naver.com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초록우산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 기솔 팀원. ⓒ초록우산
초록우산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 기솔 팀원. ⓒ초록우산

8살에 한국에 입국한 한 아동이 있었다. 입국하자마자 또래 나이에 맞춰 초등학교에 배정되었지만, 한국어가 서툴렀던 탓에 결국 진학을 유예하고 다시 1학년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표면적으로는 아동을 위한 배려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결과였다. 아동에게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버텨야 하는 공간에 가까웠다.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 채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고, 적응의 부담은 온전히 아동의 몫이었다. 게다가 이 아동의 동생은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언어 발달 지연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경계선 지능과 언어장애 진단을 받았다. 아동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져야 했을 개입이 지연되면서, 성장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가정만의 일이 아니다. 이주배경아동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기에 교육과 발달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개인의 적응 문제로만 여긴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 학교 적응의 어려움이나 언어 발달 지연이 적절한 지원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못하면 필요한 평가와 개입이 늦어지고,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아동에게 돌아가게 된다. 앞서 설명한 누나가 겪은 교육 적응의 어려움, 동생이 겪은 발달 지원의 공백은 모두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이 제공되지 못할 때 그 부담이 아동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아동이 '알아서 적응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건강한 성장과 배움을 뒷받침할 사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영유아기 언어·인지 발달에 대한 조기 선별과 공공 의료서비스 연계를 통해 발달 지연과 언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이주배경아동이 또래와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경로와 학교 적응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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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주배경아동에게 한국 사회에서 잘 지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아동은 "친구"라고 답했다. 아동에게 필요했던 것은 학교에 다니는 기회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해 주고 함께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관계와 공동체였다. 이주배경아동을 적응이 필요한 이방인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들은 지금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 아동들이다. 아동들의 건강하게 자랄 권리와 배울 권리가 출신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이 아이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응답하는 포용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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