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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문턱 앞에 멈춰 선 아이들,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의 건강권을 가로막는 장벽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32. 초록우산 청주사회복지관 조승원 과장

ilove8247@chorogusan.or.kr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초록우산 청주사회복지관 복지사업팀 조승원 과장. ⓒ초록우산
초록우산 청주사회복지관 복지사업팀 조승원 과장. ⓒ초록우산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제도 안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 등의 이유로 출생등록조차 하지 못한 미등록 이주배경아동들이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은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건강보험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장 제도와의 연계가 어려워지고,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과 같은 기본적인 보건 서비스에서도 소외될 가능성이 커진다.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의료 공백이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지만,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은 시기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주배경아동은 의료기관에 어렵게 접근하더라도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의료 현장에서는 증상을 설명하고 진단과 처방을 이해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한국어가 서툰 보호자가 이를 충분히 전달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장 문진표 작성과 접수 절차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통역 지원을 통해 이주배경아동들의 진료에 관한 소통을 돕고 있지만, 지원 가능한 언어가 제한돼 모든 가정을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통역 지원을 받기 어려운 가정은 의료기관 이용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진료를 미루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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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출생등록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출생이 확인되어야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응급의료 등 최소한의 공적 보호도 가능해진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논의를 통해 부모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국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가 확인하고 등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의료 통역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주요 거점 병원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24시간 원격 화성 통역 서비스와 AI 기반의 의료 전문 번역 어플리케이션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의학 용어와 진료 과정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의료 통역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20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한 사회의 성숙도는 가장 취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아픈 아이에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국적이나 체류 자격이 아니라 "어디가 아픈가"이다. "아이가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이 땅의 모든 아동에게 차별 없이 적용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모든 아동의 건강권을 존중하는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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