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앞에서 모욕 발언한 초등교사… 대법, 벌금형 확정
교실 몰래 녹음은 증거 제외… 피해 아동 진술은 유죄 근거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에서 이뤄진 대화를 몰래 녹음했더라도, 이와 별개로 확보한 피해 아동과 보호자의 진술 등은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법하게 수집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다른 증거까지 일률적으로 배척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같은 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 아동 B양에게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되겠냐”, “언제까지 네 뒤치다꺼리 해야 하나. 짜증난다” 등의 말을 반복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해 아동과 부모의 법정 진술, 같은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근거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다만 B양의 학부모가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내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될 수 있으며, 위법하게 녹음한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항소심에서 증거의 적법성을 문제 삼았다. 녹음파일 자체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면, 해당 녹음 등을 토대로 작성된 진술서와 법정 진술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2차 증거에 해당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 아동의 모친이 학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위법한 방법으로 교실 대화를 녹음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피해 아동이나 보호자의 진술까지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일부 발언을 정서적 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1심의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며,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벌금 500만원의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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