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아이와 노는 건 어렵지 않다
숨어있는 마음의 여유를 끄집어 낸다면...
[연재] 아이는 놀면서 세상을 배운다
요즘 강연 현장이나 인터넷에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좋은 건지는 잘 알겠는데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막막하다는 분들과 당체 아이와의 놀이가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은 유년기에 놀아 본 경험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세 아이를 키우며 놀이영재란 별명까지 얻었지만 유년기에 내가 우리 집 아이들과 했던 놀이방식으로 놀아본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어렸을 때 산으로 들로 신 나게 놀면서 자랐는데 내 아이와는 어떻게 놀아야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꽤 있는 걸 보면, 내가 놀아본 적이 없어서 아이와 놀기가 힘들다는 건 성립하지 않는 등식 같다.
그럼 왜 아이와 노는 것이 힘들까. 많은 강연과 육아상담 경력 더불어 나의 체험으로 미루어보건데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서인 것 같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산더미 같은 집안일들, 시댁이나 친정식구들 문제, 남편과의 다툼이나 경제적 갈등 등은 아이들의 놀이에 내 감정을 몰입시키지 못하는 큰 요인이 된다.
더구나 워킹맘이라면 바쁜 직장생활을 마치고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을거리를 챙기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아이와 놀아줘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면, 일상의 여유란 찾아볼 수 없는 현실 앞에 숨이 턱턱 막혀 아예 놀아볼 엄두조차 내지 않는 게 아닐까. 너무 잘 이해가 된다.
하지만 모 설문조사에서 유아기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나랑 놀아줄 때”라는 조사결과를 보면 부모인 우리가 나의 상황을 쉽게 합리화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가 사랑을 주는 법도 알고,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해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만찮은 현실의 무게에 잠시 숨어있는 ‘마음의 여유’란 녀석만 끄집어내면 된다. 그러면 움직이기 시작한 물체는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는 것처럼 아이와의 놀이가 서서히 즐거워진다. 관성이 클수록 운동 상태가 잘 바뀌지 않는 것처럼 아이와의 놀이가 일상이 될수록 아이는 더 행복하게 자라고 화목한 가정이 되며, 부모 역시 아이와 노는 동안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
아이와의 놀이는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만 주는 것이 아니다. 잘 노는 아이는 미래 사회의 첫 번째 인재상으로 꼽히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 또한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이것은 사교육 하나 없이 영재수업을 받고 있는 우리 집 세 아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신 나게 놀자. 즐겁게 놀자. 바로 지금 아이와 함께 놀자.
아이와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고 싶은 분들께 엄청난 팁 하나를 드린다. 놀이의 주체는 아이이므로 언제나 아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
모처럼 볕 좋은 주말에 아이와 함께 동물원을 찾더라도 아이는 동물원의 모든 동물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걸 아쉬워하지 말자. 마음먹고 물감을 꺼내 손도장 찍기, 발도장 찍기를 하려고 했어도 아이가 물감 짜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면 그것을 허락해주자. 아이를 위해 비눗방울을 준비했어도 아이가 비눗방울을 부는 것보다 아빠와의 술래잡기에 더 열을 올린다면 그 역시 쿨하게 인정해주자. 그러는 동안 서서히 아이와의 놀이에 적응이 되고, 아이의 마음이 보이고, 아이와의 놀이가 즐거워진다.
*칼럼니스트 서안정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리더십을 키워주는 공주박물관」,「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공주박물관」을 쓴 작가이자 주부이다. 똑똑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열망에 천 권이 넘는 육아서를 읽었고, 그것을 적용하는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그 깨달음들을 나누고자 전국의 도서관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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