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청구하면 양육권 뺏기지 않을까?
양육비 청구하면 양육권 뺏기지 않을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11.04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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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청구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 정리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대다수 한부모 가정이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며 심리적 고통이나 홀로 자녀 양육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산다. 특히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엔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도 공동으로 부담해야한다. 이는 부모 중 누가 친권행사자인지 또 누가 양육권자이고 실제 양육하는 자인지 불문하고 발생하는 의무다.

 

양육비 청구의 법적 근거가 명시된 민법에 따라 부부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미성년의 자와 친자관계가 인정되면 양육권자는 부양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양육자가 제3자인 경우에는 부모 쌍방에 대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한국두리모지원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주관해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2층 회의실에서 열린 비양육 미혼부(모) 양육책임강화를 위한 포럼 ‘절반의 책임! 아빠(엄마)는 어디 있나요?’에서 토론자로 나선 오영나 전국여성법무사회 부회장의 발표를 토대로 양육비 청구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정리했다.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비양육 미혼부(모) 양육책임강화를 위한 포럼에서 오영나 전국여성법무사회 부회장이 '양육비 이행의 몇가지 쟁점과 개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비양육 미혼부(모) 양육책임강화를 위한 포럼에서 오영나 전국여성법무사회 부회장이 '양육비 이행의 몇가지 쟁점과 개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양육비 청구하면 양육권을 뺏기지 않을까?

 

미혼모 중에는 아이 아빠가 아이를 빼앗아갈 것이 두려워 양육비 청구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판례에서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지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를 살펴보면 이것은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원이 부모 중 누구를 미성년인 자녀의 친권을 행사할 자 또는 양육자로 지정할 것인가를 정할 때는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의 유무,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아빠 또는 엄마와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한다.

 

이 때 ‘아빠 또는 엄마와 자녀 사이의 친밀도’를 고려하는데 있어 그 동안 자녀를 누가 양육해 왔는지를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들고 있다.

 

실례로 2009년 2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판결에 의하면, 원고(아이 어머니)는 피고(아이 아버지)와 동거하던 중 자녀를 임신했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 자녀가 피고의 친생자임을 확인했다. 원고가 인지(혼인 외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 친아버지나 친어머니가 자기 자식임을 확인하는 일) 청구 및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면접교섭 청구를 한 사안이다. 만 11개월 된 자녀는 원고가 출생 후부터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현재까지 길러왔다. 피고는 양육관계진술서에서 원고의 경제적 능력을 문제 삼으며 피고의 형수에게 양육을 위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현재 자녀는 양육자와 분명한 애착을 형성하고, 양육자와 떨어질 경우 분리불안을 겪는다. 이처럼 중요한 단계에서 양육자를 섣불리 변경할 경우 모성실조현상이 발생해 자녀에게 지적·정서적·사회적·성격적 발달 지연 또는 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또 피고는 원고의 경제적 능력을 문제 삼으나, 그것은 피고가 자녀를 위해 충분한 양육비를 제공한다면 해결될 문제이다. 이러한 점과 원고와 피고의 양육관계진술서를 종합해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한다”고 판결했다.

 

이렇듯 재산 상황보다는 양육 상황, 양육의사, 자녀에 대한 애정의 정도, 자녀의 의사 등이 보다 중시된다. 또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서 친권자 및 양육자의 변경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변경이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해야 한다.

 

◇ 인지청구권 포기 각서 효력 있을까?

 

미혼모는 임신한 자녀를 낳기를 바라지만 미혼부가 출산을 바라지 않고 낙태하기를 바라거나 입양을 바라는 경우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몰래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혀 미혼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2011년 6월 22일 서울가정법원 판결을 보면, 피고(아이 아버지)는 2001년 7월경 컴퓨터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원고(아이 어머니)와 만나기 시작했고, 2003년 2월부터 2008년 12월 초까지 원고의 거주지에서 동거생활을 했다. 그동안 원고는 임신중절수술과 자연유산을 반복했고, 2007년 3월 임신중절을 원인으로 한 자궁선근종 진단을 받았다. 그 가운데 2007년 5월경에는 피고가 원고의 아버지 고희연에 참석해 가족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2008년 봄에는 함께 웨딩박람회에 다녀오고, 같은 해 12월 경 신혼집을 구하기로 하고 2009년 초 결혼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피고는 2008년 3월 경 인터넷 채팅으로 다른 여자를 알게 됐고, 2008년 여름경부터 그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면서 관계를 지속했다. 또 다른 여성과 짜고 피고의 여동생을 가장해 피고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것처럼 연출했고, 피고는 원고에게 집안반대로 결혼할 수 없으니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원고는 2009년 1월 하혈로 병원처방을 받고 있던 중 자궁이 안 좋아지고 있으니 아이를 갖고 싶고, 만약 아기가 생기면 결혼을 반대하는 피고 부모님도 좋아하시지 않겠냐고 피고를 설득해 정자제공을 받기로 했다. 피고는 정자증여 이후의 사건들(임신, 출산, 육아, 양육)에 있어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각서를 쓰고 정자를 제공했다.

 

2009년 3월 경 원고는 피고가 제공한 정자로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해 네 쌍둥이를 임신하게 됐다. 피고는 선택유산에 동의해주고 7월경엔 양수검사 동의서를 작성해주기도 했다. 원고는 2009년 12월 자녀 둘을 출산했다.

 

원고는 출산 이후 현재까지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을 키우고 있으며 피고는 현재까지 출산비용이나 양육비를 지급한 사실이 없다. 이후 원고는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인지청구와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를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인지청구권은 당사자만이 행사 가능한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에 포기했다 하더라도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설령 미혼부와의 사이에 장차 태어날 아이에 대해 양육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그 각서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 향후 인지청구 및 양육비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

 

인공수정의 방법을 이용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례이긴 하지만 자연적인 성 결합을 통해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에는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생물학적인 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과 판례의 입장이다.

 

◇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나?

 

혼인 외의 출생자가 인지되기 전까지는 인지자와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인지하지 않은 아버지(또는 어머니)는 그에 대한 부양의무가 없다. 하지만 자녀를 인지한 경우에는 그 인지로 인한 효력이 자녀의 출생 시로 소급하므로(민법 제860조), 인지자는 자녀의 양육자에게 자녀 출생 이후부터의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정으로 인해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그와 같은 일방에 의한 양육이 그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과거의 양육비를 분담하는 것에 대해 예외로 인정한다. 또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이에 해당한다.

 

양육권 포기 서약을 받은 것이 이러한 양육비 분담 청구를 할 수 없는 예외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양육권 포기서약을 받고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 온 것은 친권 및 양육자 지정에서는 유리한 판단을 받을지 모르나 과거의 양육비 청구에서는 불리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장래의 양육비는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과거 양육비의 분담 범위와 관련해서는 한쪽의 양육자가 한꺼번에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청구하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치 못했던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되므로 법원이 부모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영나 부회장은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확보 받는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고, 아이와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혼모에게 양육비가 가지는 중요성에 주목해 충분한 양육비를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사회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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