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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의 대상은 엄마이지 아기가 아니다

태아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담긴 감성을 익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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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하라비의 생활 섭생(攝生) 이야기

 

아기를 준비 중인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태교를 생각합니다. 뱃속에서부터 뭔가 가르치면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태교는 중시돼 왔습니다. 세종 때의 의학자인 노중례가 태산요록이란 책에서 태산문(胎産文)이라는 제목 하에 태교론에서 태교를 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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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요록. ⓒ문화재청
태산요록. ⓒ문화재청

 

서툴지만 관련부분을 번역하면 처음 포(수정란)을 받으면 태(양막과 수정란)는 점차 형질을 이루어 간다. 아기는 태안에 있어 엄마가 듣고 들리는 것을 따라가는데 (그 내용이) 성현이 전한 것을 태교라고 한다. 그러니 (이후는) 유가에서 강조하는 순치적인 내용으로 운운.

 

노중례가 말한 태교를 평하면 첫째 아기는 볼 수는 없으나 들을 수는 있다는 것이고 둘째 성현의 말에서 아기는 생각한다는 전제가 있고 셋째 아기를 가르치는 내용은 유교적인 내용이란 것입니다. 노중례 이전부터 옛 의가들이 이렇게 말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의 태교에도 대체로 이와 같은 흐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이란 엄마와 아기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생리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저 아기한테 많은 정보만 주면 태아는 이해할 것으로 착각하는 태교의 자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엄마와 아기사이에 이루어지는 생리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첫째 태아는 듣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감성도 있습니다. 예컨대 초음파를 갖다 대면 이것을 피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이를 입증해줍니다. 이는 생각도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둘째 태아는 생각하지만 논리적이지 못합니다. 태어난 아기나 어른들도 논리적인 생각이 어려워 성현이 전하는 바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태아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셋째 그러므로 태아는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일 때 정보의 내용보다는 그 정보에 담겨있는 감성, 즉 기미(氣味)만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결국 노중례식의 태교는 태아한테 성현이 말한 내용보다는 순치되는 감성만을 훈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또한 결과도 그랬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회에서 는 순치란 결코 바람직한 정서가 아니겠지요?

 

자 그렇다면 바람직한 태교를 이해하기 위해 태교의 본질적인 생리를 살펴봅시다.

 

태아는 태속에서 형질을 갖추는 과정에 엄마의 피 속에 담겨 있는 기미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엄마의 기미가 태교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엄마가 먹는 음식과 엄마의 감성에 따라 태아의 생리적인 특징과 감성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태교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섭생과 감성이 될 것입니다. 결국 태교의 대상은 태아가 아니라 엄마가 돼야 합니다.

 

따라서 아기를 가르치기 위한 태교는 자칫 태아한테 실없는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게 돼 오히려 해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엄마의 진정한 감성이 중요한데 예컨대 엄마가 태교음악을 들으면서 혹은 태아와 아름다운 내용으로 대화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어떤 걱정을 하고 있다면 정작 태아한테 전달되는 것은 음악이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한 감성인 걱정만 전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생리를 이해하면 태교란 태아를 가르치려고 해서는 결코 안 되고 임부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임부는 자신의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에 대해 되도록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근본으로 하되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최적의 태교인 것입니다.

 

예컨대 기분이 답답하면 가벼운 외출로 풀어주고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나중에는 결국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치유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소리와 표정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그 원인을 찾아 이해하면 화가 가라앉는 과정을 태아한테 보여주고 두려움이 있으면 심호흡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의연한 마음을 갖도록 하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숨고르기와 발음을 정확하게 해 태아한테로 가는 기운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고 걸음을 걸을 때는 발바닥과 발가락에 균형을 잘 잡아주어 태아가 운동기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한가할 때는 시선을 아득히 머나먼 곳에 두어 그곳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칼럼에는 아빠의 감성이 태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칼럼니스트 조연상은 현재 '하라비(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원장으로 선(仙)의학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올바른 섭생법을 알려주고자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의원 홈페이지(www.harabiclinic.com)를 통해서도 환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의 기미』, 『밥상 위의 한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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