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뱃속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은?
태교는 임신 중의 일시적인 기교로 이뤄지는게 아냐
[연재] 하라비의 생활 섭생(攝生) 이야기
지난번 칼럼에서 태교란 엄마 뱃속의 태아한테 어떤 가치나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적인 기술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백지 상태의 태아에게 균형 있는 감성을 채색하기 위해서 엄마의 감성을 순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예컨대 엄마가 주식그래프를 보고 있으면서 태아한테는 태교를 한다고 음악을 들려준다면 실제로 태아한테 주는 영향은 엄마의 스트레스성 감성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음악은 태아가 들어서 익히는 것이지만 엄마의 스트레스는 태반으로 가는 기혈에 영향을 미치고 태반을 통하여 들어온 기미는 스트레스라는 감성을 태아의 핏속에 직접적으로 이입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빠의 감성은 태아한테 이입이 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빠의 감성도 태아한테 곧 바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결국 태교란 임신했을 때만의 일시적인 기교로 태아에게 바람직하고도 평생 지속되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부터 고쳐 잡아야 하는 개념입니다. 자 이제 그 이유를 알아봅시다.
첫째, 사람의 생각은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 있고 또한 대상에 대한 인지(認知) 역시 한 순간에 바뀌기도 하고 깊어지고도 합니다. 그러나 대상에 대하여 어떤 방향에서 생각하고 인지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에 의존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감성이란 하루 이틀에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화를 잘 내는 사람이 태교를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너그러워질 수는 없고 평소에 웃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얼굴표정이 부드러워질 수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엄마의 감성도 태교라는 낯설고 갑작스런 자각으로 바꿔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진실한 태교란 엄마가 자연스럽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일상화 되어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둘째, 엄마의 마음에 행복감이 가득하게 해주는 사람은 바로 아빠이고 그 다음이 같이 사는 식구 그리고 친인척들입니다. 따라서 엄마 자신의 굳어진 감성이 태교의 상수(常數)라고 한다면 엄마가 늘 마주하는 이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하는 것은 태교의 가장 큰 변수(變數)가 됩니다. 임신 중인 엄마한테 큰 좌절감을 주는 아빠나 혹은 식구들은 결과적으로 태아한테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자폐의 경우 식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 원인인데 자폐는 바로 이 부분, 즉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실증해 줍니다.
셋째, 태아가 비록 보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매일 만나고 그 목소리는 들을 수 있는 아빠의 태도는 태아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봅니다. 집에서 개를 기르면 알겠지만 개는 식구들을 자신이 좋아하는 순위대로 반갑게 대합니다. 식구 중의 한 사람이 비록 욕을 하거나 구박하지 않더라도 개를 반가워하지 않으면 개는 바로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피하게 됩니다. 사람보다 영성이 낮은 개도 그러할진대 태아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록 아빠가 엄마의 배를 쓰다듬고 태아한테 좋은 얘기를 해주더라도 아빠 마음 자체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 있다면 그런 감정은 태아한테도 곧바로 전이됩니다. 따라서 여자가 임신하면 남편은 아기를 위해 최소한의 감정순화를 스스로한테 훈련시켜야 합니다.
아기와 아빠는 소위 DNA라는 유전인자만 공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천적으로 지속되는 정신활동조차도 일정부분은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아기가 태아일 때이든 유아성장기이든 비록 아기가 아빠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아기는 아빠의 감성과 지성(부분적이겠지만)을 저절로 공유할 것이므로 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빠의 언행이 균형을 잃으면 그 폐해는 아기도 그대로 받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에 한 연구소에서 쥐를 대상으로 공통의식에 관한 실험결과가 기억납니다. 같은 종족의 쥐를 두 무리로 나누어 한 무리는 미로에서 길 찾는 연습을 시키고 한 무리는 그냥 둡니다. 연습 쥐 무리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미로를 바로 탈출하는 기억력을 갖게 만듭니다. 그 다음 연습하지 않았던 쥐 무리를 다시 미로에 넣어두면 먼저의 쥐 무리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의 거치지 않고 바로 미로를 탈출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즉 이 실험이 뜻하는 바는 동족끼리는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쥐도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의 부모와 자식 간에 어찌 감성이나 지성을 공유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결국 태교란 아주 간단합니다. 자식을 성인군자를 만들고 싶으면 부모가 먼저 성인군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술가를 만들고 싶으면 부모가 예술가의 감성을 가지면 되고요.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런 감성은 하루아침에 가질 수 없습니다. 대물림이란 좋던 나쁘던 결코 쉽게 되지 않습니다. 예비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아기의 삶에 대해 관심이 간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한테 뭔가를 바랄게 아니라 먼저 아기보다 잘 아는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조연상은 현재 '하라비(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원장으로 선(仙)의학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올바른 섭생법을 알려주고자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의원 홈페이지(www.harabiclinic.com)를 통해서도 환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의 기미』, 『밥상 위의 한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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