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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태교 하면 아이가 영어 잘 할까

'내가 영어 못하니까' 피해의식에서 출발하는 잘못된 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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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 아이 영어공부 로드맵

 

◇ 스트레스가 된 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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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가 고민이다. 언론과 출판계에서는 출산의 수 뿐 아니라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태교의 중요성을 말한다. 태아기의 영양 상태가 이후 아이의 신체와 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태아프로그래밍 이론과, 엄마가 무엇을 먹는가가 3대가 갈 수 있다는 후생 유전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는 올바른 영양과 엄마의 편안한 마음이 가장 좋은 태교라는 사실이다. 특히 엄마의 마음이 무너지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이 안 된다. 아이를 위해 좋은 것만 먹고 싶은데, 직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남편과 한번 대판 싸우고 나면, 카페인이나 단 것을 찾게 되고, 폭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가정과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더해 엄마들이 받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는 ‘제대로 된 태교’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한 워킹맘이 임신을 확인하고 병원에서 산전 검사를 받았다. 임신 12주가 넘어 유산의 위험이 없어지자, 담당 의사 선생님이 책을 한 권 권하더란다. 바로 태교계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지쯔코 스세딕의 <태아는 천재다>라는 책이다.

 

지쯔코 스세딕은 일본인으로 영어 강사를 하다가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미국에서 살았다. 딸 4을 낳아서 미국에서 길렀는데, 딸 4 모두가 IQ 160을 넘는 천재가 되었다. 1982년 미국 언론에 소개될 당시 큰 딸 수잔(Susan)은 11살로 머스킹엄 대학(Muskingum college) 2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둘째 스테이시(Stacey)는 9살로 7학년(우리 중 1)과정을 공부하고 있었다. 셋째는 스테파니(Stephanie), 막내는 조하나(Johanna, 5살)이었다.

 

지쯔코 스세딕은 아이들 임신 때부터 태담 같은 자궁 대화를 했고, 카드를 이용해서 인지 교육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리고 1986년 일본에서 <태아는 모두 천재다(胎?はみんな天才だ)>라는 책을 출간해, 일본에서 태교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태아는 천재다>(샘터출판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태교 하면 단골로 언급되는 사례가 되었다.

 

스세딕 부부는 자신들이 태교를 잘 해서 아이들이 모두 천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교 열풍이 분 일본이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의 반응은 냉랭했다. 콜롬비아 대학의 아동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쉐플러(David Shaffler)는 ‘태교를 잘 해서 아이들이 천재가 되었다’는 스세딕 부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아이들이 똑똑한 것이 부모의 유전자가 좋은 거지, 태교를 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부모가 뱃속 시절부터 열심히 공부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쓸데 없이 부모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스세딕 가정을 취재한 기자는 집에 TV가 없고, 부부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고, 아이들이 오르간, 피아노, 수영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자매들 사이가 좋고, 친구 관계가 좋은 환경적인 변수에 주목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아이들이 똑똑해 진 것은 유전적 요인을 바탕으로 좋은 교육 환경이 더해진 것이지, 태교를 잘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 영어 인지태교의 허구

 

태교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를 똑똑하게 만들려는 동기에서 시작되는 태교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엄마 마음이 편하고, 아이에게 좋은 영양과 정서적인 안정성이 더해지는 게 최고의 태교이다. 남들 하니까 스트레스 받아 가며 나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태교책을 읽고 무엇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누워서 편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호흡 이완 연습하는 게 백 번 낫다. 한가지 상식적인 질문을 던져 보면 된다. 그 좋다는 스세딕 방법으로 수 많은 엄마들이 시도해 보았을 텐데, 왜 계속 IQ 160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이런 맥락에서는 태중에서부터 영어를 들려주면 아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부족하다. 아이가 태중에서부터 소리를 구분하고, 오감이 발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지 능력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것은 태어난 이후에도 돌 이후가 넘어서 이다. 전문가들은 돌 이전 더 나아가서는 0-3세 까지는 인지적 발달보다, 신체 정서적 발달이 더 중요하고 말한다. 특히 엄마가 영어를 못해서, 자식에게만큼은 영어를 못해서 겪는 고통을 전수하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시도되는 영어 태교는 더욱 문제다. 본인도 못하고 하기 싫은 영어를 듣고,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가 다 어디로 가겠는가?

 

물론 엄마가 영어를 잘해서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고, 좋은 글귀를 읽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면 태교의 소기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어려서부터 영어를 많이 들려주면, 아이가 영어를 잘 하게 되라 라는 기대는 상식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자주 하는 비유지만, 이는 마치 ‘사전을 베고 자면 단어가 다 외워지겠지’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멀리 보는 교육의 관점에서도 이런 초 조기 인지 학습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과연, 이렇게 영어 동화책 내용을 자주 들어서 얻어지는 실력이 나중에 이이가 커서 수능을 보고 토익 시험을 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영어 유치원에서 그렇게 영어에 많이 노출되고, 몇몇 미국 교과서로 초등과정을 공부하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그렇게 많이 영어에 노출되었는데도, 여전히 수능 영어 90점을 못 넘는 아이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결국 영어 교육의 목표가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라면, 엄마가 신경 써 주어야 할 것은 인내력을 가지고 어려운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공부 그릇을 길러주는 것이지, 영단어 몇 개를 아이에게 더 노출해 주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엄마가 영어를 좋아하고, 임신 기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영어 고전이나 동화 내용을 읽으며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다면 영어 태교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영어를 못하니까라는 피해의식에서 시작하는 영어 태교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 무태교 보다는 아무 거라도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게 좋다

 

하지만, 그래도 영어나 수학 태교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요즘 임신 출산 현장에서 보면, 너무 바쁜 일과와 출산 휴가 전에 업무 인수인계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기본적인 영양 및 마음 관리가 안 되는 엄마들이 너무 많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산후 휴가뿐 아니라, 산전 휴가도 보장이 돼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임신, 출산 준비가 될 수 있다.

 

태교를 안 하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게 낫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태어날 아이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기왕에 태교를 하려 한다면, 인지적인 학습 태교 보다는 몸과 마음을 돌보는 현명한 태교를 하기를 바래 본다.

 

-참고 문헌

지쯔코 스세딕, 태아는 천재다, 샘터, 2012 (초판 1994)

스세딕 아이들 미국 보도 기사 (스타 뉴스, May 29, 1982 Star News)

 

*칼럼니스트 심정섭은 자연출산, 자연교육 교육컨설팅 전문 더나음 연구소 대표이다.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영어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강남에서 영어 강의를 하며 자연출산과 자연교육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안철수 공부법’, ‘스무 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가 있고, 공역서로 ‘평화로운 탄생, 히프노버딩’이 있다. 더나음 연구소 카페( http://cafe.naver.com/birthculture)와 더나음 연구소 홈페이지(www.thenaumhouse.com)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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