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상처, 어떻게 방어하고 있나?
어린 시절 트라우마 앞에 당당히 마주하세요
부모와의 관계나 집안 분위기 등 어린 시절 경험은 인생의 안내자 구실을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생은 이 경험에 따라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 현재의 감정이나 행동은 과거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나 결핍이 심할 경우에는 인지적, 정서적 기능이 마비되고 부정적 감정이 몸과 마음을 뒤덮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등 방어기제를 작동하기도 한다. '가족의 두 얼굴'(최광현 저, 부키. 2013)을 통해 내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아픔을 현재 어떻게 방어하고 있는 지, 또 방어기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억압
고통이나 불쾌함, 욕구를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 고통스러운 약속이나 사건을 까먹거나 잊어버린다. 참석하기 싫은 모임을 잊거나 지각하는 것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 부인
자신을 속이는 시도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끝까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절대 그릴 리가 없어'라며 현실을 부인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거나 배신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 반동형성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반대의 행동이나 태도를 취한다. 속으로는 좋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거나 시비를 거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 합리화
방어기제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현실에 더 이상 실망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정당화할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솝 우화에서 여우가 탐스러운 포도를 먹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실패한 후 '저 포도는 분명히 신포도일 꺼야'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 퇴행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불안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어린 시절 행동했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한 어린이가 동생이 생겼을 때 스트레스를 받고 어린 아이 같은 짓을 하는 것이 한 예다. 성인의 경우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받으면 대들거나 몹시 침울해져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박히려는 성향을 보인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게 못하면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 전치
다른 사람에게 향해야 할 감정을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퍼붓는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부분 이 방어기제를 흔히 사용한다. 특히 화를 내도 별로 되갚을 힘이 없는 약자에게 쏟아 붓는다.
부부싸움 후에 괜히 자녀에게 소리 지르고 화풀이를 하거나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들어와 공연히 아내와 자녀에게 풀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에서 나타난다.
◇ 승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인 혹은 폭력적 충동을 다른 대상과 표현 방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공격적 에너지를 학문에 쏟아 부어 성과를 이뤄 내기도 한다.
◇ 분노의 자기에로의 전향
자기 안에 있는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것이 위험하고 허락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분노를 자기 자신에게 돌려 스스로에게 보복을 하면서 자기를 파괴해 나간다.
헛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자신의 재능과 기회를 허비하고 게으름과 방탕으로 자신을 궁지로 몰아간다. 끝내는 자신을 없애려는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한다.
◇ 방어기제에서 벗어나는 길
세계적인 아동심리학자 앨리스 밀러(Alice Miler)는 방어기제를 다루는 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먼저 어린 시절에 입은 트라우마 앞에 마주서야 한다. 그리고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세워 놓은 수많은 방어기제를 밝혀내야 한다.
방어기제는 고통스런 감정과 기억을 억누를 뿐 해결책이 아니다. 방어기제를 통해 억압당한 슬픔, 절망, 분노, 무기력, 두려움, 수치심, 죄책감 등과 같은 내면의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조금씩 새어 나오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필요하다.
불행한 어린 시절은 자신을 사막에서 필사적으로 물을 구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사막에서는 물을 찾을 수 없다. 물을 찾고자 사막 한가운데를 헤맬 것이 아니라 사막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심리치료는 사막을 나가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다.
치료를 통해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과거의 상처를 현재 어떻게 보고, 수용하는가에 따라 과거의 상처가 주는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사용한 방어기제를 서서히 내려놓게 되며 더 나아가 방어기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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