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은 후 멀어지는 부부관계, 해결책은?
아빠의 적극적인 양육 참여로 부부관계 회복해야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아기가 태어나면 부부의 삶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 중심으로 바뀐다. 이런 변화가 낯설고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하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적응한다. 하지만 임기응변식으로 적응하다보면 예상치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 중에 가장 시급하고 대표적인 것이 부부 관계다.
서양 사람들은 신생아 때부터 아이를 따로 재우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대체로 아기와 함께 잔다. 아기를 혼자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렸을 적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부모와 함께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를 경험했는데, 자신의 자녀를 매몰차게 떼 놓을 수 없다.
아기와 함께 잠을 자면 밤중 수유가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아기가 다른 방에 있다면 엄마나 아빠가 자다가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들어갔다 해야 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체온을 비롯해 외부환경에 스스로 조절할 능력이 없는 아기에게 부모는 훌륭한 보조물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아기와의 잦은 신체접촉으로 아기가 쉽게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단점도 명확하다. 우선 부부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 아기가 예민해서 자주 깰 경우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한 쪽이 혹은 교대로 다른 방에 가서 자게 된다. 이럴 경우 성관계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하지 않는 직장맘의 94%가 영유아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관계의 부재는 부부가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할 기회의 부재로 이어진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특히 출산과 양육은 부부 모두에게 신체적, 심리적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예전처럼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려운데, 여기에 더해 아기 때문에 잠자리도 멀어진다면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결혼 생활과 부부 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이 바라는 욕구와 기대는 상당히 다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남성은 섹스를 위해, 여성은 대화를 위해 결혼한다고 할 수 있다. 섹스와 대화의 목적도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남성은 섹스를 위해 대화를, 여성은 대화를 위해 섹스를 한다. 서로에게 성적 감정을 느끼는 순간도 다르다. 남성은 시각적 자극(야한 속옷과 몸매)에, 여성은 청각적 자극(따뜻한 말과 사랑의 속삭임)에 흥분을 한다. 남녀의 이런 차이는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서로의 노력으로 비교적 잘 봉합된다.
그러나 아기를 낳으면서부터는 힘들다. 서로를 향해 노력하기에는 돌봐야 할 아기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집안일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아기만 신경 쓰느라 자신은 찬밥이 되었다고 섭섭해 한다. 출산 후에는 꾸미지 않는 아내에게 느끼는 성적인 매력도 예전만 못하다. 반면 아내는 양육과 집안일에 지쳐 있는 자신에게 무관심하게 보이는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거울을 볼 때마다 예전 같지 않다면서 슬퍼한다. 이런 상황에서 잠자리만 요구하는 남편이 좋을 리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기를 산부인과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소원해질 수 있는 부부 사이를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역시 아빠의 적극적인 양육 참여다. 아내의 몸이 회복되지 않거나 피곤해서 섹스를 할 수는 없더라도, 대화마저 끊겨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공통의 관심사가 필요하고, 그 대상은 자연스럽게 아이가 된다. 아이의 양육에 대해서 부부가 함께 마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말뿐 아니라 행동도 중요하다. 퇴근을 일찍 한 날에는 아내에게 외출이나 휴식 시간을 주는 것도, 다음 날 출근을 안 해도 되는 날이라면 밤에 아기를 데리고 자면서 아내에게 꿀맛 같은 하룻밤을 선물해 주는 것도 좋다.
가능한 집안일도 하는 것이 좋다. 아내가 하루 종일 집에 있다고 해서 놀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하루 종일 아기와 함께 집에 있는 것은 하루 종일 불편한 직장 상사와 작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게 힘들다. 게다가 아기가 언제 위험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에, 아내가 아기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멋지게 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어머니는 아이도 키우고, 집안일도 다 하셨는데?” 그렇게 사셨던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참고 살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기 양육과 집안일에 적극적이다 보면 부부 사이가 멀어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서로 대화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보면 부부의 성관계 역시 뜸해질 이유가 있겠는가. 역시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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