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에 떠밀려 결혼하지는 말자구요
늦은 출산이 걱정이라면 좋은 부모 될 마음부터 먹는 건 어때요?
[연재] 결혼문화 'Something four'
해가 바뀌며 SNS상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으니, 그 내용을 언급하자면 ‘2014년은 1985년생들이 30세가 되는 해’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2013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응답하라 1994’가 20년 전 이야기다.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었고.
바로 그 20년 전, 1994년의 결혼 평균 연령은 지금보다 어린 남자 28.75세, 여자는 25.97세였다. 2012년 말 결혼 평균 연령은 남자 32.44세, 여자 30.24세인데 비해 1955년의 경우 남자 24.5세, 여자 20.4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불과 60년 만에 평균 결혼 연령은 10세가량 상승한 셈이다. 여자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은 거라서 25세가 넘어가면 결혼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이며 재미도 센스도 찾아볼 수 없는 농담 같은 것은 이제 먹히지도, 먹힐 수도 없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여자들의 평균 결혼 연령이 30.24세라고 해도 자기 일을 갖고 꾸준히 활동하는 여성의 실제 결혼 연령은 그보다 높기 마련이다. 직장 주변만 봐도 대개 32세 전후해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결혼적령기를 따져보며 서른 살이 넘었다고 조급한 마음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초혼 연령은 출산과 무관하지 않은데다 난임부부의 수가 7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는 보도도 있으니 조급해질 수도 있다. 20년 전에는 서른 살이 넘어서 결혼하면 아이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가정 선생님이 당당하게 말씀하시던 걸 기억한다. 그런데 그 말은 과연 사실일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물론 서구에서도 여자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피가 머리로 다 몰려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 편견대로라면 공부 많이 한 서른 살 넘어가는 여성이 낳은 아이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제점을 갖고 태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사실일까. 공부 많이 한 데다 첫 아이 임신 전후로 방사능 연구에까지 매진했던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흔히 퀴리 부인이라 불리는 그분은 서른 살에 첫 딸을, 서른세 살에 둘째 딸을 낳았다. 첫딸 이렌은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고 둘째 딸 이브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언론인이자 소설가로 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퀴리 부인이 나이가 많아서,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자식 농사를 망쳤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 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의 연맹에서는 고령 초산모를 35세 이상 나이에 첫 임신을 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이 나이에는 이미 부인병이나 성인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임신성 당뇨나 임신성 고혈압도 나타나기 쉬워 난산의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35세란 한국 나이로 35세가 아니라, 만 나이로 35세다. 35세 이상 임신부는 난자의 돌연변이 확률이 높아져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고는 하는데 고령 산모의 경우 시험관 아기를 갖는 경우가 많으니 시술 시에 염색체 검사를 동반하면 그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염색체 이상을 제외하면 산모의 나이보다는 지병이나 술, 담배가 선천성 기형 유발 확률을 더 높인다는 의견도 있다. 고령 초산모는 그만큼 더 불편함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건강하고 영리한 아이를 낳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결혼하더라도 아이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결혼적령기에 집착해야 할 필요는 없다. 결혼한다면 반드시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한다면 남들이 말하는 적령기에 결혼하는 것보다 내가 누군가의 부모가 될 수 있을 만한 사람인지, 이 험난한 세상에 한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키워낼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결혼을 하는 데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결혼적령기라는 형체도 없고 시대와 지역과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불분명한 지표에 쫓기듯 떠밀리듯 결혼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전혜진은 수학과 기계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내추럴 본 공돌이이자 퇴근 후에는 SF소설과 만화 스토리를 쓰는 작가다. 주변의 온갖 것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메모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의 결혼과정을 꼼꼼히 메모하며 생각했던 일그러진 결혼문화들을 '천만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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