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던 내 아이가 책을 거부한 3개월
책 좋아하던 내 아이가 책을 거부한 3개월
  • 칼럼니스트 김진미
  • 승인 2014.01.16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가 엄마 사랑을 확인하는 열쇠였던 '책'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힘이 빠진다. 아침에 눈 뜨면 책 먼저 뒤적이고 언제든 책을 끼고 놀기에 독서를 강요할 필요가 없는 아이. 그런 내 아이가 책 근처에도 안가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나를 고통스럽게 한 적이 있다.

 

바로 둘째를 임신했을 때다. 입덧이 심해 아이에게 책을 못 읽어줬다.  도서관 나들이는커녕 뭘 하고 노는지 돌아볼 기운이 없어 책 읽어 달라는 소리가 들리면 ‘엄마 힘들어. 너 혼자 읽어!’   평소 같지 않게 짜증을 냈었다.

 

어느 날 아이가 이상해 손을 살펴봤더니 심하게 물어뜯어 피가 나있는 게 아닌가.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했는데 그곳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책 읽기는 물론 모든 수업 참여에 미온적이고 구석에서 이 손톱 저 손톱 물어뜯기만 한다는 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입덧을 겨우 참으며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이는 책을 힐끗거릴 뿐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남편까지 나서 “너 요즘 왜 책 안 읽니!”하고 다그쳤다. 우리 부부가 독서를 강요하는 날이 올 줄이야. 하지만 아이는 책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손톱에 피를 내며 고집스럽게 세 달을 보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던 아이. ⓒ김진미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던 아이. ⓒ김진미

 

입덧이 끝나 책을 읽어줄 수 있게 되었을 때, 아이는 책을 잔뜩 들고 걸어왔는데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엄마를 테스트(?)하는 듯 했다.  그 날 아이가 한 말이라곤 “읽어 줘”, “읽어 줘.” “읽어 줘. ” “또 읽어줘.”가 전부다.  아이의 월령이 높았더라면 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다시 들어보자. 읽어줘,라는 말은 “엄마가 미워. 미웠어. 사랑해줘. 사랑해줘. 계속 책을 읽어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의 다른 표현이다.

 

너무 미안해 코끝이 찡했다. 한권, 두권. 세권...... 열권. 그날  아이가 들고 온 책을 몽땅  읽어 주었고 그만 읽으라고 할 때까지 책장을 덮지 않았다. 우리 아이에게 책은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수단이자 엄마 사랑을 확인하는 열쇠였던 것이다.

 

이제 악몽 같은 시간은 지났다. 38개월 된 아이는 제 페이스를 찾아 독서를 즐긴다. 방이며 거실에는 예전과 같이 책이 널브러져 있고 나 역시 입덧이 끝났기에 정성을 다해 책을 읽어 주고 있다. 모든 상황이 여기서 종료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달이면 둘째가 세상에 나오기 때문에 큰 아이를 돌보는 데 비상이 걸렸다. 그래도 있는 힘껏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책은 '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