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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사랑하는 내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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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우리 가족이 아들 셋을 데리고 어디 나들이를 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곤 했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아이고, 아들만 셋이냐", "딸이 하나 있어야 할 텐데" 하는 말씀을 건네곤 하셨다. 안그래도 남편은 셋째가 태어난 후부터 줄곧 넷째는 딸이라고 장담을 했었고, 큰아들도 덩달아 생기지도 않은 동생 이름을 미리 '핑크'라고 지어놓고 여동생이라며 기다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넷째가 딸이라면 당장이라도 낳겠다고 외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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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스물한 살에 나를 낳으셨다. 그래서 엄마와 나는 꼭 스무살 차이가 난다. 그리고 세 살, 두 살, 두 살 터울로 딸 넷을 낳아 키우셨다. 엄마는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내가 항상 배불러 있던 모습만 생각난다더라", "너희들 키우며 내가 10년 동안 바깥출입은 꿈도 못 꿨다" 등등. 그러면서 큰 딸인 나에게, 절대 결혼 일찍 하지 말아라,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천천히 결혼하라고 하셨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뭘 한다고 해도, 어디 여행을 간다고 해도, 무조건 다 해보고, 다 다녀오라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던 우리 엄마.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작은 동아리 공연까지도 일일이 다 찾아와서 응원해주시던 우리 엄마. 덕분에 나는 동생이 먼저 결혼했어도 기죽지 않았고, 벌어놓은 것 없이 스물아홉에 결혼하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엄마 근처에 살면서 언제나 도움만 받고 있는 부족한 딸인데도, 아이들 때문에 내 일을 못 할까봐 기꺼이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주신다.) 

 

그런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는 엄마의 응원에도, 검사가 되라는 아빠의 바람에도, 어릴 때부터 내 꿈은 현모양처였다. 엄마처럼 아이를 넷 낳고 꽃꽂이를 배우며 집안 살림을 야무지게 하는 현모양처가 되고 싶었다. 

 

우리 엄마는 딸들 생일마다 엄마가 고생해서 낳아줬으니 엄마를 위해 꽃 한 송이라도 사들고 오라고 하셨었다. 나는 그 말씀을 첫 아이를 낳고난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난 날이 우리 엄마가 처음으로 엄마가 된 날. 우리 부모님이 첫 아이를 갖게 된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날 얼마나 사랑하셨을까. 내가 내 아이를 키우며 그랬듯,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웃고 울고 행복했다가, 화나기도 하셨을 것이다. 아프면 대신 아파 주고 싶다 생각하고, 흡족하지 않더라도 네 마음이 좋다면 그걸로 됐다 하셨겠지. 이제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넷이나 낳았어도, 그래도 엄마가 보면 아직도 어리고 부족하다 생각되시겠지. 내가 내 아이들이 어른이 돼도 언제까지나 어린 아이로 느껴질 것처럼 말이다.


셋째를 가졌을 때 엄마는 남들처럼 편하게 살지 뭐하러 또 애는 낳냐고 하시며 나를 구박하셨다. 그랬지만 막상 넷째를 낳고나니, 닮을 게 없어 엄마처럼 애를 넷이나 낳냐며 웃으셨다. 내가 엄마보다 10년이나 늦었다는 말씀과 함께.


딸을 낳은지 한 달. 아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씻길 때도 안을 때도 더 조심스럽다. 이 아이도 나처럼 자라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겠지. 그리고, 알아주겠지. 엄마가 얼마나 저를 소중히 품고 있었는지, 엄마가 얼마나 아프게 저를 낳았는지, 엄마가 얼마나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누이며 키웠는지. 이 아이가 나처럼 엄마가 될 아이라고 생각하니 한층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 2011년 3월 9일. ⓒ원혜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 2011년 3월 9일. ⓒ원혜진

 

내 딸,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의 품에서 무럭무럭 자라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즐거운 일을 많이 겪으렴. 그리고 나중에 엄마처럼 행복한 엄마가 되길. 아직 너무나 작은 널 안을 때마다, 달콤한 살냄새를 맡을 때마다, 네가 엄마 눈을 맞추며 웃어줄 때마다, 엄마는 무척이나 행복하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건강하게 씩씩하게 얼른 자라라. 우리 정말 좋은 친구가 되자.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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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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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2011.04.21 03:36

    우리딸은
    저보다 더 멋진 세상에서 더 멋있는 여성으로 살아가길...

  • 플*워2011.04.15 09:36

    화이팅~!
    엄마의 믿음.. 엄마의 힘이 딸에게 전해지고...
    그 딸은.. 또 자기의 딸을 통해 믿음을

  • 토*리2011.04.14 01:34

    저도 셋째를..
    첫째 아들.. 이번에 출산하는 둘째도 아들..
    셋째 도전해 볼까 벌써부터 마음먹고 있답니다..
    아들도 좋지만 나중에 엄마 마

  • 쭈*맘2011.04.10 18:50

    에효
    ㅋㅋ 엄마말이다 최고이네요

  • 달****지2011.04.10 11:30

    우와 아이가 네명이나!!
    저두 가능하다면 네명낳고싶어지네요!
    정말 존경합니다!
    전 첫애가 딸이

  • 서*맘2011.04.07 15:12

    넷째는 원하시는대로 성공하셨네요~
    세 아들들 키우시느라 힘드실텐데~
    그래도 엄마에게는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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