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버릇없이 클까봐 걱정되시나요?
'그럼 좀 어때!' 바른생활맨 아빠를 위한 조언
[연재] 예술치료사 강서영의 ‘아하, 그랬구나!’ 나와 가족의 모습
‘바른 생활맨’ 아버지들을 상담하다보면 그들의 공통점은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이가 버릇없이 클까봐’, ‘이기적이라는 얘길 들을까봐’,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아이가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건전한 사회인으로 크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또 아이를 버릇없게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선택하는 건 아이들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똑바로 해야 하고, 밥을 흘리지 말아야 하고, 떼를 부리지 말아야 하고, 자기 것을 남들에게 꼭 나눠야 하는 등 해야 할 일 또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친사회적이고 바람직한 행동이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유리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아이들은 모방의 천재들이라고 하지 않은가. 시간을 갖고 기다리다보면 자기만의 성장 속도에 맞춰 사회화되어갈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그 배경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른생활을 가르치는 시기나 방법이 너무 강압적이고 거칠며 혹독하다는 데에 있다. 그런 과도함은 부모의 불안과 조바심에서 온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실패가 평생 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불안이다. 불안은 부모의 행동을 지나친 것으로 비추게 만든다. 무서운 가르침을 통해 아이들의 감정은 여지없이 무시되며 아빠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고 미움이 싹트면서 점차 관계가 단절된다. 아이들은 자신 속으로 숨게 되어 사회적 관계가 버거워지거나 감정을 차단한 채 평생 가면을 쓰고 살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아빠들마다 바른생활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저마다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배경에는 대부분 가정형편상 너무 빨리 어른스러워져야 했거나, 어른들에게 눈치껏 행동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조건적인 사랑이나 인정을 받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바른 생활맨 아빠들은 외부에서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으면서 정작 가족들에게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잔소리꾼’ 또는 ‘폭군’으로 등극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교과서는 부모의 행동이다. 타인에게 너무 잘하느라 자신에게나 자식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게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받아쓰기 점수와 월급의 액수와 살림솜씨만이 가족을 사랑하고 미워하는 기준이 된다면 그곳은 전쟁터와 다름없을 것이다.
부모가 자신 또는 아이를 성과 위주로 들볶고 싶어질 때, 한 박자 쉬는 마법의 한마디는 “그럼 좀 어때!”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기준이 너무 높았을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그것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여유를 갖고 기다릴 수 있다면, 결과 위주의 삶이 과정 중심의 삶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부모가 바르게 살고 있다면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게 차분한 설명을 통해 이해시키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 미래에 대한 아빠의 걱정 때문에 아이와의 귀한 이 순간을 미워하며 보내기보다 아이를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 방황하거나 잘못 판단하거나 실수하기는 우리 어른들 역시 어린 시절에 해왔다. 그래서 지나고 보면 멋쩍은 일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크고 작은 오판과 방황에도 불구하고 바른 생활맨이 된 것이니 그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태도로 인해 불안을 느낄 때는 부모가 스스로를 진정시키도록 ‘그럼 좀 어때!’라고 자신에게 말해주자. 더 나아가 바른 생활맨 아빠로 사는 것에서 그냥 ‘생활맨’ 아빠로 사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바른’을 뺀 보통아빠로 사는 것이 오히려 가족들과의 사이를 훨씬 가깝게 하고 자신의 행복지수를 더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칼럼니스트 강서영은 예술치료사이자 청소년 상담사, 한국표현예술심치치료협회 임상감독자로서 강서영 심리상담센터(www.일산심리치료.kr)를 운영 중입니다. 심층심리를 기반으로 한 예술심리치료로 아동, 청소년, 성인들을 만나고 있으며 좋은 부모되기가 부모자신의 인격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신념과 더불어 좋은 치료 역시 치료자 자신의 인격성장에 달려있다는 믿음으로 ‘이 순간을 잘 살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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