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궁금증, 다른 부모는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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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남편은 연봉이 1억 원이라는데…"

가상의 존재 내세워 배우자와 저울질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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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결혼문화 'Something four'

 

십 년 전쯤 인기를 끌던 웹툰 '골방환상곡'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웹툰이 낳은 '엄마친구아들'이라는 말은 아직도 현역이다. 성적 우수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학점도 높고 그를 모셔가려는 회사가 줄을 이어 취업난 따위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그는, 마치 용이나 봉황 같은 환상의 동물처럼 실재하지는 않되 종종 회자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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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유행어가 아직도 회자된다는 것은 그 말이 그만큼의 생명력과 현실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교 다닌 사람이라면 대부분, 부모님이나 혹은 선생님께 이런 말도 안 되는 존재와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강제로 주입받은 기억 정도는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엄마 친구 아들과의 비교가 실제로 우리를 변화시킨 것은 없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존재와 자기 자식을 비교하며 다그치기만 하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좀 더 소원해졌을 뿐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며, 혹은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와 함께 살아가며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런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배우자와 비교하는 일이라는 것을 잠깐 이야기해보았으면 한다.

 

"내 친구 A의 남편은 전문직이야. 연봉이 1억이 넘는대", "B는 시댁이 돈이 많아서 집이 40평대야", "C는 남편이 출장 다녀올 때마다 명품 가방을 사다준대", "D는 남편이 자상해서 설거지며 청소 빨래며 다 자기가 도맡아서 한다는 거야", "E는 시부모님이 정말 딸처럼 예뻐해 주신다는데?"

 

그렇게 서로 다른 다섯 명의 이야기를 '내 친구 남편은, 내 친구 시댁은' 이라고 뭉뚱그려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저, 엄마친구 아들과 같은 괴물이다. 남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아내친구남편'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것도 주변의 친구들로 그치는 게 아니라 요즘은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 TV에서 연예인 잉꼬부부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까지 이런 비교 대상에 들어가니 비교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답이 없는 수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단 여자만 이런 비교를 하는 것도 아니니, 서로 물어뜯으며 결혼을 잘했네 잘못했네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물론, 우리는 이런 비교가 저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마도 경험상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굳이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백에 아흔아홉은 남편이 그렇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하는 것 같다.

 

기억하자. 그리고 잊지 말자. 우리는 그 많은 엄마친구아들들의 공세 속에서도 딱히 변하지 않고 자기 삶을 제각각 걸어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엄마친구아들의 파워업키트같은 아내친구남편의 영향을 받아 바뀌겠는가.

 

정말로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면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라. 바뀔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렇게 쏘아붙이면 조금 시원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면, 엄마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 부당하다고 느꼈던 기억을 어떻게든 끄집어내 봐라. 억울한가? 지금 당신의 배우자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런 감정이다. 차라리 한 명을 정해놓고 비교한 것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다 갖출 수 없는 온갖 미덕을 누덕누덕 기워 놓은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처 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 거기다가 배우자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억지로 쑤셔 넣는 짓은 하지 말자.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상황을 뒤집어, 만약에 내 배우자가 내게 그런 행동을 한다면 대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은가. 내가 한 두가지를 비교했더니 내 배우자가 한 대여섯 가지를 들고 와서 남의 배우자와 나를 비교한다면 속상하지 않을까?

 

애초에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 다른 상태에서 한두 가지만 집어서 비교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납득할 것이다. 그렇게 비교하고 대체 가능한 존재라면 굳이 지금 이 사람을 내 배우자로 선택해야 할 절박한 이유도 사라진다. A의 남편처럼 돈을 많이 벌지는 않아도, B의 남편처럼 결혼할 때 40평 아파트를 마련해오지 않아도, C의 남편처럼 매번 명품 가방을 사다 주지 않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배우자라면, 굳이 그런 식으로 비교하고 기를 꺾고 화풀이를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지.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처는 결국 자신의 창조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만들어내는 그런 비교를 위한 괴물, 아내친구남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만들어낸 괴물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같은 편끼리, 그렇게 남과 비교하면서 사기를 깎아 먹는 건 좀 자제하자. 반드시 남과 비교해야 할 상황이라면, 적어도 이것저것 합쳐진 괴물이 아니라 사람과 비교해야 맞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전혜진은 수학과 기계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내추럴 본 공돌이이자 퇴근 후에는 SF소설과 만화 스토리를 쓰는 작가다. 주변의 온갖 것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메모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의 결혼과정을 꼼꼼히 메모하며 생각했던 일그러진 결혼문화들을 '천만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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