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감정을 '멈추고 들여다보기'
분노 이면에 감춰진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
[연재] 예술치료사 강서영의 ‘아하, 그랬구나!’ 나와 가족의 모습
흔히 다혈질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어느 순간 소위 ‘뚜껑이 열린다’거나, 더 심하게는 ‘눈에 뵈는 게 없어지더라“며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그 탓을 상대방에게 돌리곤 하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분노가 폭발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도의 문제로서 분노감정을 느낀다 해서 모든 사람들이 늘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습니다. 가족 내에서 이런 일이 습관처럼 일어난다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 구성원들도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려 있다는 느낌과 함께 무력감에 젖어 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가까운 사람이 그런 폭력적인 성향을 가졌다면 이미 많은 실망과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상대의 분노를 경험하는 것만큼 지겹거나 슬픈 일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태인지 알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자신을 확인했다면 먼저 자신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가능한 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게 중요합니다. ‘돌봄’과 ‘회복’의 출발점은 일단 습관적으로 해왔던 반응을 멈추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상대가 던진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그 파장이 나의 것인지 상대의 것인지를 알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다리면 분명히 상대가 던진 돌은 가라앉고 내 감정의 파장도 잔잔해 질 것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감정의 호수에 빠진 돌을 꺼내 “이런 게 날아와서 깜짝 놀랐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용기내서 상대방에게 “앞으로는 돌을 던지지 말라”고 말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돌을 던진 사람에게도 ‘멈추고 들여다보기’가 필요합니다. 분노조절에 실패해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나빠지고 자신의 생활이 엉망으로 헝클어졌다고 느끼는 경우라면 좀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분노는 억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노조절을 ‘화의 억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이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노력과 다짐을 했겠지만 분노조절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만을 보고 “역시 저 사람은 안돼...”라며 실망했을 테고 그럴 때마다 당사자는 더 깊은 좌절감으로 더 이상의 노력을 포기하게 되었겠지요.
분노조절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외롭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화가 먼저 나는 바람에 외로움은 느낄 새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멈춰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분노 이면에 감춰진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멈추고 들여다보기를 할 수 있다면 이제 뭔가가 시작이 된 겁니다. 누군가에게 던졌던 돌을 돌려받으면서 그것을 다시 자신을 괴롭히는데 쓰거나 아니면 또 다른 곳으로 던질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변신은 힘들고 가장 피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지만 가족과 자신을 위해 애써 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지요.
마지막으로 괴테의 문장을 인용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누구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을 하기로 결정하는 바로 그 순간, 신의 섭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사람이 행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모든 일들이 그 사람을 돕기 위해 일어나게 된다. 자 이제 그것을 시작하라.”
*칼럼니스트 강서영은 예술치료사이자 청소년 상담사, 한국표현예술심치치료협회 임상감독자로서 강서영 심리상담센터(www.일산심리치료.kr)를 운영 중입니다. 심층심리를 기반으로 한 예술심리치료로 아동, 청소년, 성인들을 만나고 있으며 좋은 부모되기가 부모자신의 인격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신념과 더불어 좋은 치료 역시 치료자 자신의 인격성장에 달려있다는 믿음으로 ‘이 순간을 잘 살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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