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컴퓨터 하지 말아야 할까?
아이 앞에서 컴퓨터 하지 말아야 할까?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3.0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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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정보기기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정보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부모들의 고민이 생겼다. 바로 컴퓨터다. 아이에게 컴퓨터를 언제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청소년의 게임중독 문제도 그렇고, 음란물 문제도 걱정된다. 부모들의 이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 스마트 기기 열풍이 불면서 모든 전자제품이 컴퓨터처럼 진화하고 있으니 부모들은 도통 갈피를 못 잡는다.

 

물론 1980년대에도 이와 비슷한 부모들의 고민이 있었다. TV와 오락실. 부모들은 자녀가 너무 TV를 많이 보지 않게 하려고 했고, 오락실에 다니지 못하도록 했다. 그 때만 해도 TV는 공중파뿐이었고, 프로그램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게다가 친절하게 9시 뉴스 전에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방송까지 나와 부모들을 도왔다. 오락실이야 부모들이 돈을 안주면 갈 수 없었다. 또 오락실이 많지 않았었기에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면 직접 찾아가서 잡아오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TV나 오락실은 컴퓨터와 비교가 안 된다. 모든 것이 컴퓨터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어디 이뿐인가? 수많은 아동용 교재에 동영상 CD나 DVD가 딸려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무조건 못하게 막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예전에는 컴퓨터를 아이의 방이 아닌 거실에 놓으면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지금은 또 다르다. 컴퓨터가 한 대인가? 컴퓨터가 자기 집에만 있는가? 건물마다 하나씩 들어선 PC방에도 있고, 친구네 집에도 몇 대씩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TV가 등장했기 때문에 이제 컴퓨터를 어디에 놓느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하다.

 

이는 철없는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성인들도 심각하다. 신혼부부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남편의 잦은 게임문제로 싸우고 있다. 게임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분명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내팽개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도 컴퓨터에 빠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특별히 자녀가 있는 아빠가 게임을 즐겨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단지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에 게임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모방에 탁월한 아이들이 아빠를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정말이지 부모를 따라 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것 같다. 부모가 책을 보면 자신도 책을 보고, 부모가 자면 잔다. 부모가 밥을 맛있게 먹으면 아이도 그렇게 하고, 부모가 놀면 아이도 놀고 싶어 한다. 당연히 TV도 컴퓨터도, 휴대폰도 함께 하려고 하고 자기가 주도적으로 하려고 한다.

 

알코올이나 도박, 게임을 비롯한 중독분야에서 중독의 심각성을 매우 잘 예측하는 변인은 시작 시기로 알려져 있다. 뭐든지 늦게 시작한 사람들은 자주 하고 많이 해도 중독이 되지 않지만, 이른 나이에 시작한 사람은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면에서 어린이를 키우는 아빠가 아이 앞에서 게임을 자주하는 것은 아이를 게임중독으로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사실 컴퓨터 문제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 교육용으로 제작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많다. 컴퓨터는 책과 달리 쌍방적이고, 또한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정신적 에너지가 덜 소모되기 때문에 아주 단기적으로는 학습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영상과 소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책을 멀리하게 되어 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신적 에너지(집중력, 이해력, 상상력)가 필요한데,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면 이런 힘을 키울 수 없게 된다. 이런 면에서 어린 아이일수록 컴퓨터는 득보다는 해가 많다. 아이들은 워낙 학습 속도가 빨라서 컴퓨터를 조금 늦게 알려줘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알려주어야 할까?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컴퓨터란 단지 오락이나 하고 동영상이나 보면서 낄낄대는 물건이라고 알려주고 싶지 않다면, 아이 앞에서 그렇게 안 하면 된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능하면 아이가 잠든 후에 하는 것이 좋지만, 급하게 검색을 해야 한다거나 문서 작성 등 컴퓨터를 오락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아이 앞에서 해도 좋다. 이때 아이가 와서 뭘 하냐고 물어보면 그대로 대답해 주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도 하게 해달라고, 자신도 하고 싶다고 말하면 조금이라도 동참시켜보자. 무조건 장난을 치게 내버려 두지 말고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알려주면서 자판을 하나 누르게 하거나, 마우스를 클릭하게 기회는 주자. 이렇게 아이와 함께 한 후에 최종 결과물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아이는 컴퓨터가 오락기기가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화 기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활용할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 그 자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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