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맞을 준비, 동화책과 함께했어요
첫째와 동화책 읽으며 둘째 탄생을 기다려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둘째 아이 진통이 시작된 새벽 세시였다. 출산가방을 챙겨 집을 나서는데 식탁 위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뱃속에 동생이 쌔근쌔근> 40개월 된 큰 아이가 늦은 밤까지 읽고 식탁에 놔둔 책이었다. 순간 마음이 울컥해 병원가는 걸음을 멈추고 큰 아이가 잠든 방을 바라보았다.
작년 여름부터 '동생'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8~9권 구해 큰 아이와 읽었나 보다. 아이는 동생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었고 책은 시기적절한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그 책을 엊저녁에도 혼자 보았다니….
?‘동생’의 존재를 알리는 책은 레파토리가 비슷한 편이다. 엄마가 배 불러서 못 놀아준 이야기, 산부인과에서 동생 초음파 사진 받아온 이야기, 출산이 임박해지자 할머니가 집으로 와주셨다는 이야기.
?레파토리는 비슷하지만 출판사별로, 작가별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어떤 그림책은 엄마 다리 사이에서 아기가 나오는 장면을 정밀 묘사해 책을 펼친 성인 독자를 놀라게 한다. 또 어떤 그림책은 엄마, 아빠의 성관계 나누는 장면이 가감없이 그려져 있다.
엄마의 배가 부풀어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책이 있는가하면 출산 후 동생과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우도 많다. 동생 울음소리에 잠 못 자는 밤, 빼앗긴 사랑, 그래서 질투하는 과정. 나중에는 기저귀도 가져다 주고 젖병도 물려주며 형으로서 누나로서 성숙해진다는 스토리들이다.

아이와 함께 읽은 '동생' 책이 모두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8~9권의 책 중 몇권은 허술하고 조악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의 관점일 뿐, 아이 눈에는 책에 실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제 마음 같았나 보다.
?-엄마가 운동을 열심히 안하면 동생 낳을 때 엄마가 많이 아파.
-동생이 엄마 배를 콕콕 찌르면 엄마가 병원에 간대.
-엄마가 병원가면 할머니가 온댔어.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책에서 읽은 내용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40개월 된 큰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는 동생에 대한 기다림만 가득했을까. 질투와 불안도 가득했을 것이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동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고 서로의 불안을 다스릴 수 있었다.
임신 기간 동안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는다면 큰 아이와 함께 '동생' 책을 읽은 거라고 거짓없이 답할 수 있다.
'책이 밥 먹여 주냐!' 사람들이 농담으로 던지는 말이다. 책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마음의 준비를 돕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조리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엄마 뱃속에 동생이 쌔근쌔근>을 읽던 큰 아이는 지금 어떤 책을 읽으며 동생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까. 생각할 수록 기특하고 생각할 수록 큰 아이가 보고 싶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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