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허니문이 아니라 극기훈련이죠!"
"이건 허니문이 아니라 극기훈련이죠!"
  •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 승인 2014.03.31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남아 허니문 불만 끊이지 않는 건 구조적 문제 저가로 팔아놓고, 관광·쇼핑에서 수익 만회시켜

【베이비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개인풀장과 넓은 독립 공간, 럭셔리한 침실. 푸껫의 풀빌라를 이용하시면 이와 같은 혜택을 받으며 모든 이들이 꿈꾸는 최고의 허니문 일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달콤한 광고 문구를 보는 것만으로 이미 허니문을 떠나온 것처럼 설레던 A씨. 허니문만큼은 풀빌라에서 편하게 쉬고 싶었던 A씨에게 수려한 경관의 풀빌라 사진은 그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유명 풀빌라와 리조트 4박 6일 일정에 100만 원대의 가격. 선택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풀빌라 허니문을 다녀온 A씨는 “휴양은커녕 극기 훈련인 줄 알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휴양 위주의 허니문을 원해 풀빌라를 선택했건만 다른 신혼여행객에 섞여 관광과 쇼핑을 다니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예상했던 것과 달라 ‘속았다’는 생각에 분을 삭이지 못하는 신혼부부가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은 허니문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동남아 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경우다. 신혼부부들이 풀빌라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행사 직원에 끌려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허니문 패키지 상품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동남아 허니문 패키지 상품 내용을 뜯어보면 여행사별로 프로그램이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양 액티비티 체험, 쇼 관람, 마사지 체험, 나이트 투어, 사원, 공원 관광 등 일정을 소화하고 마지막 날 라텍스나 잡화 따위를 쇼핑한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패턴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호화로운 풀빌라를 예약하더라도 막상 현지에서는 지불한 비용에 상응할 만큼의 휴식과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 여행사가 짜놓은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려면 풀빌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채 하루가 되지 않는 것. 일반 저가 패키지보다 최대 100만 원을 더 지불하고 허니문 패키지를 구매하는 허니무너들은 좀 더 여유로운 일정을 보내길 원하는데, 일반 상품과 똑같이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하니 ‘비싼 돈 주고 풀빌라 예약한 것이 후회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행 업계 관계자들은 ‘패키지 상품 특성상 이렇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패키지 상품은 최대한 저렴하게 내놔야 팔리는데, 결국 마진을 남기기 위해 현지에서 관광, 쇼핑 등 옵션 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행사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허니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고.

 

실제 170여만 원에 판매 중인 6월 출발 4박 일정 상품의 경우 항공료와 풀빌라 숙박만 따져도 거뜬히 120~130만 원이 훌쩍 넘는다. 현지 차량 렌트 비용, 식사 비용, 마사지를 포함한 관광 비용 등을 나머지 40~50여만 원 안에서 해결해야만 여행사에게 수익이 떨어진다.

 

푸껫 현지에서 10년 이상 여행사를 운영해 온 한 여행사 대표는 “그 금액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허니문은 모객 단위가 적기도 하고, 일반 저가 패키지처럼 몇 십 명씩 다니는 방식도 아니어서 좀 더 비싸게 책정되는 부분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패키지는 일반 상품, 허니문 상품을 막론하고 항공, 숙박, 관광비용 제하면 가이드 일급도 안 나오는 구성이다. 추가 금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관광을 넣어 일정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쇼핑으로 허니문의 피날레를 장식해야 하는 이유, 한시가 아쉬운 마당에 쇼핑 일정을 위해 풀빌라 체크아웃을 일찍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패키지 관광 상품의 쇼핑 강요나 상품 품질에 관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 온 터. 덕분에 사정을 아는 신혼부부들은 ‘어차피 사람들한테 돌릴 선물도 사야 하니 적당히 둘러보면 된다’, ‘진짜 필요한 물건만 사면 된다’고 생각하고 쇼핑에 나선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여행업협회 등은 이런 패키지 여행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여행사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관광, 쇼핑 등 옵션의 가격과 내용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당초 올해부터 시행 계획이었지만 아직 시동은 걸리지 않은 상태다. “국내 메이저 여행사 12개가 시행을 참여하기로 했는데,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한국소비자원 측은 설명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표준안 시행 결정한 12개 업체가 국내 패키지 상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업체다. 표준안 시행을 시작하고 상품 신뢰도를 높여가다 보면 중소 여행사들도 이를 따라오고 전체적으로 품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정교한 표준안 작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표준안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저가로 허니문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현지에서 관광, 쇼핑 등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그래서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형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마련되는 표준안은 단지 패키지 여행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도록 하는 데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준 경기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여행 상품은 특허제가 없다. 괜찮아 보이는 상품을 만들면 경쟁 업체가 따라 하는 게 순식간이니 여행 업체로서는 혼자서만 좋은 상품을 개발해 팔겠다는 동기 부여가 안 되는 게 현실이다. 표준안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잘하는 업체에 가시적인 재정적 지원이나 수익으로 연결되는 제도적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라면 여행사들의 큰 호응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알맹이를 뺀 상품을 저렴한 것처럼 팔아 이윤을 남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여행사의 수익 구조인데, 이를 탓하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독창적이고 신뢰할만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현재 방식의 자정이나 구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