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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노는 것이 어려운 아빠들에게

놀이나 활동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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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많은 아빠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아이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고, 부부 관계에도 좋고, 아빠 자신에게 좋다는 것은 알겠고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잘 안된다고 말한다.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아빠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한결같이 애와 함께 뭔가를 해 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와 함께 축구를 하거나 재미있는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대화를 하려고 애를 쓴다. 아니 그럼 애와 함께 하려고 애를 쓰지, 뭘 어쩌란 말이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활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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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발달은 진행형이다. 이 말은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부족하고 어리기만 해서 답답하기 그지없다는 의미다. 아이와 어른의 수준의 차이는 상당해서 부모자녀 관계가 아니라면 사회에서는 결코 파트너가 될 수 없다. 당연히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와 뭔가를 해보려면 답답하고 힘들다. 그래도 규칙이나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온갖 애를 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전문적으로 아이들만 대하는 심리학자라도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활동’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다. 아이와 함께(수단) 어떤 활동(목표)을 하려고 하지 말고, 반대로 하라. 다시 말해 아이와 함께(목표) 하기 위해서 어떤 활동(수단)을 하는 것이다. 아빠가 아이를 대할 때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닌 과정이다. 눈을 감고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라. 아버지와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이 생각나는가?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생각나더라도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내용보다는 아빠의 눈빛과 분위기가 생각날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할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빠 역시 아이와 함께 하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도 행복하다.

 

아이는 아빠와의 관계에서 아이는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아이에게 대인관계를 가르쳐주는 대상이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로 가족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현장에서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폴터(S. B. Poulter)는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요소, 아버지』라는 책에서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요소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아빠와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알면 지금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적용해 본다면 아이와 함께 하면서 아이를 배려하고,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사랑을 표현하면 뭘 하든 좋다. 아빠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은 활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럼에도 실상 아빠들은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놀이나 활동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면 그만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주도권을 뺏어오지만 않으면 된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활동에서 자기중심적이고 주도적이다. 아이가 함께 하는 것이 힘든 아빠라면 아이와 서로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라. 아빠는 아이가 어떤 활동이든 제대로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많이 가르치고 개입하려 한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 아빠의 기준은 하늘만큼 높다.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다. 인지능력과 근육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이해를 못하고, 어색한 행동을 한다.

 

게다가 청개구리 심보가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아이들은 아빠가 뭘 하자고 제안하면 어깃장을 놓거나 다른 것을 하자고 한다.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동적이다. 아이의 계획이 별로라고 해서 주도권을 뺏어버리면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는다. 결국 아이와 함께 하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아이 수준에 맞게 하면 된다.

 

아빠들이여 축구공을 가지고 놀더라도 반드시 발로 차서 골대에 넣어야 한다고, 블록이나 퍼즐도 끝까지 완벽하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오히려 부모가 생각하는 정답은 아이의 창조성과 기발함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하나의 정답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활동에 있어서 아빠는 그저 아이가 보여주는 기발함에 감탄하고 개그맨 못지않은 웃긴 행동과 말에 즐거워하는 방청객이 되면 된다. 마술사가 요청할 때 무대에 나가서 도우미 역할만 하면 된다. 단 아이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아이가 속상하거나 즐거워할 때 그 감정을 인정해 주기만 하면서 아이의 주도권을 따라가면 아이와 아빠 모두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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