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제도 자체가 낯선 이들이 많겠지만. 쉽게 설명하면 '양육수당' 같은 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을 하든 안하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일정 금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를 뜻한다.
국가 단위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지만, 미국의 알래스카 주에서는 '자원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복지국가 패러다임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신자유주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기본소득이다. 몇달전 스위스에서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우리나라 돈으로 월 300만원)하는 헌법 개정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몇 가지 질문이 남을 것이다.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복지 논쟁에서 필수적으로 나오는 여러가지 논쟁들이 있다. '재정이 충분히 되는지?', '이건희에게도 기본소득을 줘야 하느냐?', '일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줘야 하느냐?' 등등. 여기서는 이런 골치아픈 질문들은 패스~~(자세한 질문들은 다른 곳에서 논의하면 좋습니다).
자 그럼 내가 왜 육아와 상관없을 것 같은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하였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소득의 형태가 현금이든, 현물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가지 현실조건에서 많은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충분히 보장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모든 엄마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너무 바쁘다. 왜곡된 가족관계로 인하여 가사의 부담은 전적으로 엄마의 몫이 되어 있다. 그런데 엄마들이 가사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 일을 해야 한다. 이걸로 끝인가? 아이가 커가면서 학교 교육의 문제, 안전의 문제, 먹거리 문제 등 신경서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말 현재 우리 사회는 단순히 좋은 엄마, 착한 엄마를 넘어서 슈퍼맘을 원하고 있다. 돈도 잘벌어야 해, 집안 일도 잘 해야 해, 아이도 잘 키워야 해. 어느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내에서의 발언권은 약하다. '시월드'라고 불리우는 가족 체계에서 명절이며, 갖가지 경조사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엄마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엄마들에게 기본소득을 챙겨주면 소득의 증가로 인하여 가정 내에서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강화된 발언권은 가정 내에서 이런 저런 의사결정, 가사노동의 분담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즉 '엄마 기본소득'이 바로 가정 내에서 왜곡된 성역할을 바로잡는데 지렛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빠도 엄마와 동등하게 가사노동에 참여하고,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아마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가사노동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 '엄마 기본소득' 어떤가? '엄마'라는 이름은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 이름이 정말 자랑스럽게 되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서 훈장을 하나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냥 종이딱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훈장! 그것을 '엄마 기본소득'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만우절날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덧붙이는 말: '엄마'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현재 왜곡된 성역할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쓰여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엄마 기본소득'이라는 이름 역시 문제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의 큰 맥락에서 여성이 아닌 가사 노동의 '엄마'들에게 그 대가로 기본소득을 주자라는 의미에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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