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산하는 낯을 가린다. 아니, 낯을 ‘많이’ 가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일 듯 싶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산하는 특히 낯선 이들을 많이 경계한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산하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매우 어렵다. 어지간해서는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 건넨다.
좀 더 산하의 기질을 설명하면, 산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민감하다. 그리고 정해진 패턴이 아니면 불안해한다.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특정한 행동 다음에는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침에 어린이집 가려고 하면 반드시 세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아기띠를 매야하고, 산하는 마스크와 모자를 써야 한다. 이 과정 중 하나라도 빠지면, 기분이 안 좋을 때면 대성통곡이 이어진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어린이집은 반드시 아빠가 데리러 가야 한다. 엄마나 할머니가 가면 안 된다. 이런 패턴을 바꾸려고 하면 약간의 힘듦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과 사람의 낯가림으로 산하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며칠 전, 산하의 어린이집 원장님이 진지하게 나에게 말을 건넸다.
“산하는 낯가림이 심해요. 심각한데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으면 도와드리고 싶어요. 어린이집 다닌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담임선생님 말고는 아무한테도 안가네요. 담임선생님이 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엄청 울어요, 아버님. 걱정이에요.”
원장님의 지적은 너무나 타당하다. 안 그래도 아내와 나는 지난달에도 산하의 낯가림 때문에 고민을 나눈 적이 있었다. 3월에 산하의 감기와 피곤의 주된 원인도 바로 산하의 낯가림이 심한 기질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3월에는 새롭게 들어오는 아이들도 많고, 그 아이들의 엄마들도 함께 왔다갔다한다. 낯선 이들이 어린이집을 들락날락 거리니 산하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가는 익숙한 환경의 어린이집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산하의 정도는 약간 심한 듯 싶다. 산하의 낯가림을 완화하기 위한 무슨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일까?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면 약간은 좋아지는 것일까? 아내와 나는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만으로 약간 넋 놓고 있다. 3월이 될 때마다 이런 어려움을 반복해야 하는 아이를 생각하니 많이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렇다.
무슨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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