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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책 읽어주는 건 성에 안 찬다고요?

엄마하고만 책 읽는 아이는 시야가 단편적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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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할머니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아이. ⓒ김진미
할머니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아이. ⓒ김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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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럴 때면 부성애에 흐뭇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책 읽어주는 게 왜 저렇지?’ 성에 차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따금 친정 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그 역시 마음에 안들 때가 많다.

 

“타이거가 말했어. 그랬더니 크로커다일이 그랬대. 자, 악어가 뭐라고? 그래. 크로커다일.”

 

아이가 읽고 있는 건 분명 한글 동화책이다. 그런데 언니는 책 속 단어를 영어로 하나씩 일러주고 아이가 대답을 잘 하면 ‘굿잡~’이라는 숙어를 남발한다. 여긴 영어학원이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언니는 자신만의 책읽기 스타일을 바꾸지 못한다.

 
최근에는 친정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러 오셨다. 친정엄마는 어땠을까? 그녀 역시 내 눈에는 엉망이었다. 책을 읽으며 감탄사를 자주 남발했고 목소리는 할머니답게 지루하고 졸렸다. 

 

그런데 아이의 반응은 뜨거웠다. 처음엔 엄마처럼 읽어주지 않는 것을 의아해하더니 아빠의 개성을, 이모의 개성을, 할머니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책 읽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엄마를 배신한 건가?

 

아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빠가 들려주는 부연 설명, 카리스마를 지닌 이모의 목소리, 행간과 행간 사이 할머니가 들려주는 감탄사 속에 엄마가 지닌 달란트 이상의 것이 들어있음을 알고 반기는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착각하고 있었구나! ?아이가 40개월이 될 때까지, 책 읽어주기는 엄마인 내가 가장 잘한다고 믿어왔다. 나의 구연스타일이 곧 법이고 최선이라 믿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아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고, 그들에게서 새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생각해보자. <책 읽어주는 사람>은 단순히 책만 읽어주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빗대어 들려준다. 똑같은 책을 읽고도 A는 기쁨을, B는 슬픈 경험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은연 중 노출하게 된다. 같은 책이라도 누가 읽어주느냐에 따라 코멘트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책 읽을 기회를 마련해주자. 그들은 내 아이를 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다양한 인생 경험, 다양한 달란트를 내 아이가 흡수할 수 있는 기회다.  엄마의 기교가 아무리 뛰어나도 일평생 엄마하고만 책을 읽는 아이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단편적일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자.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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