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힘들게 하지만 행복을 주는 존재
[화제의 신간] 부모로 산다는 것
아이를 갖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기쁜 일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부모는 아이를 낳고 행복하지만은 않을까?
신간 ‘부모로 산다는 것’(제니퍼 시니어 저, 알에이치코리아, 2014)은 ‘뉴욕 매거진’의 베테랑 기자인 제니퍼 시니어가 ‘왜 부모는 육아를 싫어하는가’라는 부제의 특집기사를 바탕으로 수년간의 추가 조사와 연구 끝에 지난 1월 출간한 책이다.
앞서 제니퍼 시니어는 2010년 뉴욕 매거진에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All Joy and No Fun)’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했다. 이 기사는 조회 수 150만 건을 기록하면서 육아맘을 비롯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부모가 되는 경험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는데 수많은 육아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만을 다뤘지 아이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묻진 않았다”며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자식이 부모를 새로운 형태로 바꾼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육아 경험이 과거보다 복잡해진 이유로 세 가지 변화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선택’이다. 관습이나 의무 때문에 아이를 가졌던 과거의 부모와 달리 요즘의 부모는 아이를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예전엔 의무였던 육아를 이젠 자신의 소중한 성취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원할 때 더 적게 아이를 낳고 그만큼 더 기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의 복잡성’이다. 기술발달로 인한 업무시간의 확대와 직장인 여성의 증가로 가정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보다 복잡해졌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번째 변화는 ‘어린이의 위상 변화’이다. 과거의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유용했던 일꾼이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족경제를 지탱하는 부담은 오로지 부모가 지게 됐다.
이에 따라 아이는 ‘유용한’ 존재에서 ‘보호받는’ 존재로 변했고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무한한 가치를 가진 존재’인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제 ‘고비용-고수익 활동’(좋은 감정들을 같이 준다는 의미에서 고수익)이 됐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어린아이가 부모를 힘들게 하는 이유도 생물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어린아이는 전전두엽 피질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주의력을 집중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능력을 제어하는 것이 부족하다.
따라서 아이는 온갖 사물에 관심을 갖는 멈출 줄 모르는 산만함을 갖고 ‘지금 당장’이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아이는 논리가 아닌 감정적인 삶을 살기에 부모가 아이의 세계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아이에게 정서적·금전적으로 쏟아 붓는 오늘날의 부모들이 왜 그렇게 힘든지도 알려준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는 평균적으로 3분에 한 번씩 어떤 명령을 내리거나 안 된다는 말을 한다는 연구, 아이의 출생과 함께 부부의 잠자리 횟수는 1/3로 줄어든다는 연구 등을 통해 아이가 부모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부모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저자는 “어린아이는 내부에 역설을 장착한 특이한 존재다. 아이는 부모에게 숱한 좌절감을 안겨 주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아이는 주변 사람을 일상의 구속에서 해방시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부모는 아이를 돌보면서 자신이 쌓은 견고한 선입견, 규칙, 의무 등에서 벗어나 자신이 어릴 때 가졌던 격동과 격렬함, 정서적 차원의 생명줄, 최초의 광기 등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머리로만 세상을 받아들이는 경향에서 벗어나 직접 몸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아이처럼 삶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온갖 낯선 것들과 경이로운 것들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궁극적인 선물은 ‘선물의 사랑’(gift-love)이다. ‘필요의 사랑’(need-love)이 아이에게서 나온다면 ‘선물의 사랑’은 부모가 베푸는 것이다. 하지만 선물의 사랑은 부모라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 사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꽃을 피운다.
“우리는 우리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를 돌봄으로써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부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가진 힘과 잠재력을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행복하려면 단지 느끼기만 할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온갖 잡다한 일을 해치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률이 훨씬 낮다는 관찰 결과는 아이가 부모에게 ‘아침에 일어나야 할 이유’가 된다는 것을 웅변한다.
이 책은 단순히 ‘육아’와 ‘아이’에 중점을 둔 육아서에서 벗어나 총체적으로 ‘부모가 돼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곧 부모가 될 이들, 육아에 지친 엄마와 아빠에게 이 책은 가족과 사랑의 의미가 무엇이고 결국 무엇이 행복이냐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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