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아이들, 7가지 단상
세월호와 아이들, 7가지 단상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4.04.29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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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제발...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1. 세월호와 관련한 일련의 일들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너무나 많은 청소년들의 죽음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일으키게 하고, 애도를 하게 하고, 미안케 하고, 더 나아가 트라우마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련의 과정들은 우리의 폐부를 찌르고 있고, 반성케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월호 침몰과 구조와 관련한 일련의 장면들을 잘 보고 기억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2. 승객구조보다 자신의 안위만 챙긴 선장과 승무원은 우리 사회의 무책임성을 나타낸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이 아닌가? 소위 리더라는 사람은 책무성을 지녀야 한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리더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소위 '지도층 인사'라고 자칭 부르는 이들은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일들을 많이 한다. 얼마전 일어났던 저축은행사건을 떠올려 보면 세월호 선장과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이권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태도. 이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사회의식이다.

 

3. 노후화 된지 알면서도 배를 운영하는 회사는 비윤리적 경영의 결정판이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우리 세상이다. 사람보다,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세상이다. 우린 국가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정부의 결정을 강요하는 것을 자주 본다. 회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무리하게 정리해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비정규직을 채용한다.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선장도 비정규직이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4. 혼란만 야기하는 승객 구조과정은 국민보다 자신의 안위가 먼저인 공무원 사회를 보여준다. 자기 부서의 성과만 부각시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브리핑하고, 구조과정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공무원들에게는 국민의 생명은 뒷전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윗사람들에게만 잘보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은 공무원들에게만 있지 않다. 바로 우리들이 발딛고 살아가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기에 씁쓸할 뿐이다.

 

5. 언제인지 모르지만 놀이터와 길거리에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할 부모들은 생활비와 집값 마련을 위해 일터로 가있다. 동네에는 어른이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불신과 차가운 자동차로 가득채워진다. 대신 아이들은 태권도, 미술, 피아노, 영어 학원 등을 전전한다. 학원 셔틀 차량에 자신의 몸을 맡긴채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좀비처럼. 이는 어른들과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세상이 함께 만들어낸 모습들이다.

 

6.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그런데 애도만 한다면 무엇이 바뀔까? 죽어간 이들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자신들과 같이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자신의 안위보다 다른 사람들의 안위도 함께 돌볼 여유가 있는 사회. 무리하게 이윤만 쫓는 세상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사회. 공무원이 정말 '공무'를 할 수 있는 사회. 골목 곳곳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뽐내면서 놀면서 세상의 희망이 넘치는 사회. 세월호에서 죽은 이들은 이런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숙제를 내준건 아닐까?

 

7.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안타깝지만 내 아이가 컸을 때는 이렇게 어이없는 죽음이 우리의 눈을 가리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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