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동네 산책도 아이에겐 신비로운 세상 탐험
[연재] 아이는 놀면서 세상을 배운다
세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매일 아이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거닐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그동안 집안에서 생활하며 그 안에 있는 물건이며, 그 물건의 사용방법, 특별히 흥미를 보였던 관심대상 등을 다 파악해 버린 아이는 두발로 걷기라는 신공을 획득한 후 그 호기심을 밖으로 돌려버렸다.
아이에게 바깥세계는 그야말로 크고 넓고 신기한 것이 가득한 미지의 세상, 모험의 세계였다. 그 세계를 나는, 엄마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했고, 아이와 함께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자 다짐했다.
골목길만 나와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했고, 바삐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어디로 가는지, 거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차들의 종류와 역할, 번호판과 색깔을 찾아보았고, 그 수를 세었고, 차들이 달리다가 에너지가 떨어지면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는지, 또 고장이 났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는 것도 구경했고, 카센터에서 수리하는 모습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동네 횟집 앞의 수족관을 지날 때면 오징어가 어떤 방식으로 헤엄을 치는지 관찰했고,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새로운 길도 찾아냈다. 익히 알고 있던 길이 새로운 길과 연결된다는 발견을 할 때면 마치 콜럼버스라도 된 양 신이 나서 함성을 지르기도 하였다.
길가에 민들레가 피는 봄이 오면, 그 꽃들을 따다가 반지를 만들고, 후~ 불며 즐거워도 하고, 더운 여름이면 집 근처 계곡물에 들어가 지치는 줄 모르고 물놀이를 했다. 낙엽이 눈처럼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숲 속으로 소풍을 떠나 낙엽 더미에 가려진 도토리도 줍고, 수많은 열매들을 찾으며 마치 보물이라도 찾아낸 양 기뻐하곤 했다.
또 눈이 오는 겨울엔 강아지처럼 흥분하여 방방 뛰거나 꼬마 눈사람을 만들며 탄성을 질렀다. 매 순간, 매 장소에서 아이들은 순도 100% 감동의 눈망울로 감탄사를 내뱉었고, 호기심을 키웠으며, 즐겁게 세상을 탐험했다.
아이들에게는 장난감 가게에서 파는 물건만이 장난감이 아니었다. 밥숟가락도 장난감이고, 컴퓨터 키보드도 장난감이며, 벗어둔 신발도 장난감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산책 역시 그냥 유유자적 천천히 걷는 걸음이 아니라 그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것으로부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즐거운 놀이, 신 나는 학습의 순간이 되었다. 아이 눈이 머무는 모든 것, 세상 모든 것이 그 자체로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무대였다.

산책시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좋다. 시장가는 길, 약국 가는 길, 놀이터 가는 길 등 집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언제나 산책시간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삶과 놀이와 학습에 대한 경계가 없다.
때로는 아이의 행동이 엄마 눈에는 명백한 장난으로 보일 때도 있다. “대체 이 아이는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할까?”라며 절로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 보는 신기한 세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일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찌푸린 얼굴보다는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수다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자. 어쩌면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예쁜 아이들로 인해 오래 전에 잃어버려 딱딱해진 나의 호기심과 감성도 새롭게 움틀지 모른다. 따뜻한 봄날, 오늘 당장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자!
*칼럼니스트 서안정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 「리더십을 키워주는 공주박물관」, 「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공주박물관」을 쓴 작가이자 주부이다. 똑똑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열망에 천 권이 넘는 육아서를 읽었고, 그것을 적용하는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그 깨달음들을 나누고자 전국의 도서관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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