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동네에서 배우고 자란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할 수 있는 놀이들
[연재] 아이는 놀면서 세상을 배운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작은 동네도 신기한 것이 가득한 미지의 세상, 모험의 세계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세상을 배운다. 삶과 놀이와 학습에 대한 경계가 없기 때문에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무한한 호기심을 키우고, 또 세상을 배울 수 있다. 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1. 오늘은 집게차 구경하는 날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어제와 달라진 풍경을 발견하거나,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광경을 목격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어제만 해도 큰 건물이 서 있었는데, 그 건물이 헐리고 평평한 땅만 남은 모습이라든가, 새로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 철근을 올리는 모습, 상점의 간판을 내리고 간판 속 형광등을 교체하는 모습, 폐휴지 집하장에서 집게차가 종이뭉치를 옮기는 광경 등이 그러하다.
자세히 보면 우리 주변은 놀랍고 신기한 일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 속살을 알아가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일의 원인과 결과를 알 뿐만 아니라, 폭넓게 이해하는 경험도 쌓게 된다.
2. 동네 상점 구경하기

아이와 함께 동네 상점을 방문해 보자. 상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직접 구경해보자. 아이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며 궁금한 것투성이일 것이다.
가게 주인에 따라서는 물건을 사지도 않으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모습을 싫어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건이 필요할 때 해당 가게에 들러 물건도 사고 구경도 하는 것이 다. 그러면 대부분의 가게 주인들은 관대하게 보아준다. 때에 따라서는 꼬마 아이가 귀엽다며 선물을 주기도 한다. 동네에 즐비한 가게들, 그냥 스쳐가지 말고 아이에게 더 깊은 세상을 보여주는 기회로 만들어보자.
3. 새로운 길 찾기

세 아이들과 매일 동네 한 바퀴를 돌던 어느 날, 온 식구가 출동해 산책길에 올랐다. 항상 다니던 길로만 다녔던 나는 그날도 앞만 보고 걸어가는데 “자, 오늘은 어느 골목길로 가 볼까?”하고 묻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게, 왜 만날 다니던 길로만 가야 하지? 특별히 갈 곳도 없는 동네 산책인데 말이야!’
그날부터 아이들과 나는 매번 다른 길로 산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방향도 내가 선택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정하도록 기회를 주었다. 길을 가다 갈림길이 나오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켜 어느 방향으로 계속 산책을 할지 아이들이 결정하도록 했다. 그렇게 새로운 길을 발견하면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라도 된 양 기쁜 함성을 지르곤 했다.
4. 길 막고 질문하기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걷기 싫다며 서로 안아 달라고 했다. 그때 떠올린 것이 ‘길 막고 질문하기’이다. 억지로 걷고 있는 아이들 앞으로 나아가 갑자기 양팔을 쫙 벌린 채 질문을 던지는 놀이다.
“얘들아, 엄마가 지금부터 퀴즈를 낼 거야. 맞힌 사람은 계속 앞으로 걸어갈 수 있지만 틀린 사람은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서 있어야 해. 어때, 해 볼래?”
순간, 힘들어 툴툴거리던 아이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문제에 집중했다.
“연수야, 엄마 이름은?”
“하하하, 알아! 서안정!”
“오! 딩~동~댕!”
그렇게 정답을 맞힌 아이는 입이 귀에 걸려 또 다른 문제를 내 달라며 조르곤 했다. 그러면 단호하게 거절을 한 뒤 “다음 퀴즈는 저기 보이는 저 전봇대 앞에서 낼 거야”라며 그곳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걷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은 이 놀이를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사진을 보노라면 그때의 앙증맞던 아이들의 몸짓과 눈빛, 목소리, 추억들이 가슴 떨리게 다가온다.
*칼럼니스트 서안정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 「리더십을 키워주는 공주박물관」, 「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공주박물관」을 쓴 작가이자 주부이다. 똑똑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열망에 천 권이 넘는 육아서를 읽었고, 그것을 적용하는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그 깨달음들을 나누고자 전국의 도서관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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