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는 정말 훌륭한 남편
'부부의 날'을 계기로 생각해보는 우리 사회의 여성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육아와 가사를 전담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고립감이다. 처음 육아를 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싫진 않았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집에서 아이와 함께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정적인 동선과 단선적인 시간이 약간의 휴식을 주는 듯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이가 자는 시간 때는 평소에 읽지 못한 책들을 많이 읽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오히려 '고립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대학원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대학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닥 없다.
하루 종일 산하와 함께 있으면 그냥저냥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데, 오히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아지니 그 빈 공간에 약간의 공허함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정신없이 살면서 이런저런 고민들도 하게 되고 더 바삐 살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반대로 시간이 남으니 나태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상하리만큼 나 자신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들이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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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산하가 어린이집에 가면 나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시간은 많은 것 같은데 하루가 끝날 때 무얼 했나 돌아보면 별로 한 일은 없는 것 같고.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더욱 나 자신이 왠지 못나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아내가 재잘거리는 말소리, 누군가 말할 상대가 있는 것.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는 외로워졌던 거다. ?
이제야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왜 우울해지거나 무기력해지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아이만 키우다 보면 사회생활이 단절된다. 일을 할 때는 무언가 성취욕, 보람, 월급 받을 때 기쁨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바삐 지내는 시간들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사노동이라는 것은 밖에 일을 하는 것보다는 눈에 띄는 성과물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그렇게 큰 보람이나 기쁨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처음 전업주부를 할 때는 내가 만든 반찬들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내와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보람을 찾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도 그리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약간 단조로운 일상들이 주는 무기력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어제는 '부부의 날'이었다.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날의 의미라고 한다. ?이런 날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집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집에서 할 일 없이 노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내가 만들어준 반찬에 투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직장생활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것보다 피곤하다고 귀찮아하는 것은 아닌지, ?남편의 역할을 단지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그런 면에서 우리 아내는 정말 훌륭한 남편이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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