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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놀이에서 배운 육아의 지혜

어렸을 때 참 많이 했던 찰흙놀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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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이는 놀면서 세상을 배운다

 

세 아이들이 어릴 때, 찰흙놀이를 참 많이 했다. 처음 찰흙놀이를 할 때는 겨우 세 돌이 지난 아이들에게 “네가 만들고 싶은 것을 빚어 봐”라는 말이 무리한 요구 같아서, 도서관에서 대여한 유아용 찰흙놀이 책들을 펼쳐주었다. 책에 소개해 둔 놀이들을 하나씩 따라 해보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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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대여 책을 다 활용한 다음에는 서점에 나가 또 다른 책들을 찾아보았다. 밤을 꼴딱꼴딱 새우며 인터넷 카페도 드나들었고 여러 블로그에도 기웃거리며, 찰흙으로 노는 다양한 방법들을 검색해보았다.

 

거기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아이가 찰흙으로 그렇게나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다니, 찰흙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그렇게나 많다니,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빚어내는 솜씨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충격이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며 하나씩 따라해 보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찰흙을 주며 이것으로 그릇을 만들어 볼까? 인형을 만들어 볼까? 동물을 만들어 볼까? 끊임없이 물어보며, 내 아이도 그럴듯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를 희망하면서 의욕적으로 찰흙놀이판을 벌였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찰흙으로 입체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동, 서, 남, 북, 위, 아래, 어느 쪽에서 보아도 완벽한 강아지였다. 그때의 감격이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에서 가져옴. ⓒ서안정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찰흙으로 입체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동, 서, 남, 북, 위, 아래, 어느 쪽에서 보아도 완벽한 강아지였다. 그때의 감격이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에서 가져옴. ⓒ서안정

 

엄마의 부푼 기대와 바람이 무색하게도 아이들은 찰흙덩어리를 떼어내서는 손바닥으로 길게 길게 비벼 뱀만 만들어댔다. 보다 못한 내가 손바닥으로 동글동글하게 빚는 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이번에는 동글동글 똥이 되었다며 또 그것만 만들어댔다.

 

다른 걸 좀 만들어 보라고 하니 긴 뱀, 짧은 뱀, 뚱뚱한 뱀, 날씬한 뱀, 큰 똥, 작은 똥, 아주 큰 똥, 아주 작은 똥들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아주 대단한 것이라도 만든 양 웃고 좋아하는 그 모습이라니! 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우리 아이들은 그럴 듯한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한단 말인가!

 

고민을 하다가 밀대를 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도톰하고 네모난 찰흙을 밀어대기만 했다. 문구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조각칼도 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조각칼로 넓적하게 민 찰흙을 자르기만 했다. 찰흙 틀을 구해 주었더니 밀대로 민 후, 찰흙 틀로 찍어대기만 했다. 그렇게 계속 찍기만 했다.

 

아무리 무얼 좀 만들어 보자고, 심지어 책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것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해도 그냥 비비고 찍기만 하는 아이들. 엄마의 마음은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우리 아이들은 이쪽 방면에 영 재능이 없나 봐. 그래, 찰흙놀이는 포기하자. 그게 속 편하지.'

 

세월이 흘러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찰흙을 찾았다. 그리곤 한참 후에 자기가 만든 것을 좀 보라며 나를 불렀다. ‘아니, 이럴 수가! 이것이 진정 내 아이가 만들어낸 작품이란 말인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는 끊임없이 변한다. 지금 이 모습이 영원할 것이라 두려워하지 말자.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았다고, 한글을 떼지 못했다고, 옆 집 아이랑 같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아직 입도 벙긋 못한다고 걱정하지 말자.

 

가끔씩 난, 아이들의 현재 모습이 걱정스럽고, 한심해 보일 때마다 아이가 만들어낸 찰흙 강아지를 떠올린다. 아이는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다. 엄마의 역할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를 기다려주는 일이다.

 

*칼럼니스트 서안정은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간단 놀이육아」, 「리더십을 키워주는 공주박물관」, 「리더십을 키워주는 우리공주박물관」을 쓴 작가이자 주부이다. 똑똑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열망에 천 권이 넘는 육아서를 읽었고, 그것을 적용하는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얻었다. 현재 그 깨달음들을 나누고자 전국의 도서관 등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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