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6월은 끔찍하게나 바빴다. 뭔일이 그렇게나 많은지. 항시 그렇지만 바쁜 일들은 그렇게 몰려서 오나 보다. 한가할 때는 계속 한가하지만, 바쁠 때는 한가로운 일상을 비웃듯 일들이 몰려온다. 이런 일들은 띄엄띄엄 와도 될 정도인데…. 덕분에 육아일기도 뜸해졌네!
지난 한 달을 복기하면,
우선 집을 샀다. 2월초부터 아내의 제안으로 집을 옮기는 것을 고민하였다. 전에 살던 집은 교통도 좋고, 아파트도 괜찮았는데 전세값이 많이 올라서 아내는 불안해 하였다. 전세대란을 실감한 달이기도 하였다. 집주인이 올려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괜스레 먼저 불안해 했다. 그리고 산하의 어린이집이 약간 먼 것도 작용했다. 어린이집 가까운데로 이사가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멀리 보고 집을 사자는 아내의 제안이 같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는 집값은 싸고, 괜찮은 환경의 집을 찾아보았다. 그 집이 지금 이사한 집이다. 그렇게 시작한 집에 대한 고민의 결실이 6월초 이사로 매듭지었다.
두 번째 바쁜 일은 기말고사였다. 이사와 함께 같이 정신적으로 바빴다. 늘상 있는 시험이라 그리 긴장하지 않았지만 이번 학기에는 외워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나이가 많이 먹진 않았지만, 한 두해 지나가면서 뭔가를 외우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외우는 것은 몸을 쓰는 육체노동과 흡사하다. 외우기 위해서는 부단히 머리를 굴려서 암기를 해야 한다. 외울 분량이 많을수록 힘들었다. 기말고사는 이사만큼 힘들었다.
세 번째 바쁜 일은 갑자기 찾아온 일이었다. 인천에 교육감이 바뀌었다. 수장이 바뀌면 인수위원회가 꾸려진다. 인수위원회에서 연락이 오면서 갑자기 바뻐졌다. 내가 전에 일했던 곳과 교육감 당선자가 정책협의를 맺었는데, 그것과 관련한 자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덕분에 2주정도 여기저기 연락하고, 사람들 만나고, 자료만들고…. 지금 생각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하지 않아도 될일인 것 같은데 괜스레 바쁘게 보냈다.
그렇게 6월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정신없이 지냈다.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일기를 안쓰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육아일기 쓰는 것도 귀찮아졌다. 바쁜 한 달에 한가한 일주일. 뭔가 얼빠진 사람으로 일주일을 보냈더니 심신이 이상해진 기분이다.
이사를 하면서 새집에 적응도 되었고, 방학이라는 한가로움을 만끽하면서 다시 일상을 살아야 할 것 같다. 그 일상의 시작은 육아일기를 쓰는 것부터. 일상을 기록하고, 산하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면서 다시 일상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하루의 일상이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내가 육아를 하면서 느낀 중요한 점이 이것이었다. 일상을 만들어가는 연습. 일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 뭔가 홀린듯 살았던 6월을 지나면서 다시 일상을 살아가자. 아자!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Copyrights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