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독서왕이 된 비결
책을 덮고 난후 책 속 세상 다시 불러와야
[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43개월된 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독서왕>상을 받아왔다. 아이의 어린이집은 매주 독서록을 적어 보내도록 지도하는데 그 때마다 5~6권씩 읽혀보낸 결과다. 순수하게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일정 연령에 달하면 독서록을 쓰도록 권하고 싶다. 독서록은 ‘책제목, 읽은날짜, 출판사, 지은이’ 정도만 기재해도 좋다.
아이는 책을 읽고 난 후 꼭 독서록을 들고 엄마를 찾아온다. 제목 적었줘. 날짜 적었어? 이 책은 지난 번에 적어놨어? 아이는 글씨도 모르면서 엄마가 독서록을 기재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참견한다. 책 읽기만큼이나 독서록에 무언가를 채워나가는 일이 재미있는 놀이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독서왕이 된 비결은 간단하다. 책 읽고 난 후 책 속 이야기를 시도 때도 없이 나누기!
늙은 호박을 시장에서 봤을 땐 ‘너 기억나? <솔이의 추석이야기>에 늙은 호박 나왔잖아’라고 귀뜸해주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솔이의 추석이야기를 보여줬다.
민들레를 봤을 땐 ‘너 기억나? 강아지똥에 민들레 나왔잖아.’ 라며 집에 돌아와 <강아지똥>을 펼쳐줬다. 가족들과 놀러가 징검다리를 봤을 땐 ‘너 기억나? 얼마 전에 읽은 책? 거기에 징검다리 나왔어’라고 일러줬다. 그러자 집에 돌아온 아이는 징검다리 일러스트가 있는 책을 찾아내느라 밥 먹는 일도 제쳐뒀다. 그렇게 1년을 보냈나 보다. ‘두더지’라는 단어만 들으면 나와 아이는 동시에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라는 책을 책장에서 꺼내와 킥킥댄다. 책 속 세상과 책 밖 세상이 아이와 나에게는 놀이처럼 공존한다.
그렇게 1년여를 보낸 어느 날 <잭과 콩나무>를 읽을 때였다. 아이가 갑자기 상황극을 시작했다. 나에게 거인이 되라고 했고 자기는 잭이 되겠다고 했다. 상황극을 가르치거나 연극놀이를 해 보자고 제안한 적이 없는데 자연스럽게 책 속 상황이 현실에 입혀진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인이 되었고 아이는 잭이 되어 상황극을 펼쳤다. 해님달님을 읽은 후 아이는 나더러 호랑이를 하란다. 아이는 떡을 이고 가는 엄마와 오누이 역할을 동시에 해냈고 쇼파 위로 올라가 동아줄을 기다렸다. 물론 귀찮을 때도 있다.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역할도 엄마가 해야하고 혹부리영감의 도깨비 역할도 엄마인 내가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책 속 줄거리를 그대로 기억해 열연을 펼치는 모습이 귀여워 나도 최선을 다해 상황극에 임한다.
다시 요약하자면 독서왕의 비결은 책 속 이야기를 시도 때도 없이 나누기! 책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상황극으로 발전하고 상황극은 토론, 그림그리기, 만들기, 감상문 쓰기 등의 독후 활동으로 가지를 뻗는다. 단, 독후활동은 자연스러워야한다. 책 덮었다고 끝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책장을 덮고 난 후 책 속 세상을 다시 불러와야 책은 온전히 아이 것이 됨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독서왕>이 된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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