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동이 아이 망치는 행동은 아닐까?
김병조 교수 “자녀를 양육할 때는 엄격해야”
“부모는 아이를 기를 때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저녁 9시에는 집에 들어와야 10시에 들어오는 딸을 혼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훌륭한 부모는 자신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2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어린이유아용품전’ B홀 전시장 내 강연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병조 조선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의 말에 부모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시작 전부터 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날 강연은 한국보육진흥원이 여름방학을 맞아 마련한 ‘함께 듣고 함께 키우는 부모교육’ 시간으로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에도 70여 명이 넘는 부모들이 참석했다.
김병조 교수는 ‘고전에서 배우는 부모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스타 개그맨에서 한학 전문가로 삶을 살기까지의 인생철학을 들려주며 명심보감 구절을 인용해 부모들에게 삶의 지혜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 아이에게 되는 것, 안 되는 것 알려줘야

이날 김 교수는 “엄격해야 할 것은 아이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이를 사랑하거든 매를 많이 때리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먹을 것을 많이 줘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매질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엄격히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식당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아이가 뛰어논다면 못하게 해야 한다. 엄마는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걸 가르칠 의무가 있다”며 “아이가 행동하는 대로 가만히 두는 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소개한 명심보감 훈자편에는 태교에 대한 가르침이 들어있다. 명심보감에 따르면 옛날에는 아녀자가 임신하면 잠을 잘 때 옆으로 자지 않고, 앉되 모서리에 앉지 않으며, 설 때는 외발로 서지 않았다.
또한 술과 담배 같은 야릇한 맛이 나는 음식을 먹지 않고 바르게 썰리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았고 가서는 안 되는 자리에는 앉지 않았다. 아울러 눈으로는 잘못된 모습을 보지 않았고 귀로는 음탕한 소리를 듣지 않으며 바른말만 했더니 아이의 모습이 단정하고 재주가 남보다 뛰어났다고 적혀있다.
김 교수는 “탯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이렇게 가르쳤는데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역할은 오죽하겠느냐”면서 “인성은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를 아이가 보고 그대로 배운다. 인성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몸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어머니처럼 살고 가끔은 손해보며 살자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김 교수는 “어머니처럼만 살면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가난한 집에 장남으로 태어나 고생 많았다. 다음 생애에는 이런 어미 만나지 마라’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하신 말씀”이라며 “본인이 100살이 되도 70살 된 자녀를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읊조렸다.
이어 “우리 모두 어머니처럼만 살자. 모든 사람을 안쓰러워하고 미안해하고, 우리 동네와 사회에 일이 생기면 ‘이게 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산다면 이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 질 것이고 아이들도 어머니의 마음을 배워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책임지려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손해보고 살면 아이들이 잘 된다. 단 좋은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복이 아이에게 간다. 훌륭한 부모는 돈을 많이 가졌거나 책을 많이 물려주는 부모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부모”라면서 “이런 부모라면 ‘공부해라’, ‘착한사람 되라’고 하지 않아도 다 잘 된다”고 전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듣길 바라는 것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귀갓길이 늦은 딸에게 ‘너 왜 이리 늦었냐’고 하니 ‘저도 대학교 2학년이에요’라는 딸의 말이 돌아왔습니다. 혼내려고 봤더니 문득 내가 어머니께 ‘나도 50(살)이 넘었어요’라고 말한 기억이 났지요. 이 아이가 누구한테 배운 걸까요? 나한테 배운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부모님께 한 건 잊어버리고 자녀가 한 것만 서운해한 내 모습을 발견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내가 부모에게 효도하면 내 아이도 따라 효도한다. 내가 불효하고 있는데 아이가 어찌 효도할 것인가. 이를 넉자로 줄이면 ‘너나 잘해!’다. 딸의 모습에서 이걸 배웠다”고 웃음 지었다.
아울러 “셰익스피어가 ‘인생은 연극이다’고 한 것처럼 사람마다 배역이 있다. 지금은 엄마로서 배역이 있는 것. 친정가면 따님으로, 남편에겐 아내로서 배역이 있다”며 “배역에 충실할 때 행복이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려 하는데 세상은 주인공이 아닌 빛나는 조연이 이끌고 가는 것”이라고 장담했다.
◇ 행복한 모습 보여주는 게 최고의 인성교육
김 교수는 방송 중에서도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조용히 털어놨다. “10년 전 강의 도중에 눈에 이상이 생겨서 시신경을 끊었습니다. 오른쪽 눈은 실명된 거죠. 그때 나머지 눈마저 잃으면 아이들 얼굴도 못 보고 손주들 꼼지락거리는 얼굴도 못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며 나를 혼냈다. 아내는 ‘한쪽으로라도 보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말했다. 그때부터 육체의 눈은 잃었지만 마음의 눈은 뜨게 됐다”면서 “두 눈으로 보면 밝아서 좋고 한 눈으로 보고 일목요연해서 좋고, 잘살면 넉넉해서 좋고 가난하면 노력을 더 하게 돼서 좋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이냐”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자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모습은 늘 행복해 하는 것이다. 비 내리면 우산장수 아들이 좋아해서 즐겁고, 날씨가 좋으면 짚신장수 아들이 행복해하니 즐겁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늘 만족하면서 살면 눈이 하나밖에 안 보여도 행복하다”고 답했다.
진정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 교수는 “나보다 잘사는 사람과 비교하니 만족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모차를 사더라도 나보다 잘사는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며 “단 어렵고 위기가 있었던 시절을 잊지 말아야 교만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김 교수는 “자녀교육은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이 키우기 힘든 이 시기에 아이를 잘 가르치기 위해 비를 뚫고 오신 여러분이야말로 이 시대 예수고, 공자고, 부처입니다. ‘효자 집안에서 효자나고 광대 밭에서 광대난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아이에게 꾸준한 관심을 쏟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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