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자동차와 같이 바퀴가 네 개지만 모터는 없는 차. 역시 자동차와 같이 안전이 최우선인 차. 그런데 사람이 많아 복잡하거나 길이 마땅치 않으면 접거나 손으로 들어 옮겨야 하는 차. 바로 유모차다. 한글날을 맞아 뜻을 풀이하자면 ‘어린 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가 정확한 뜻이다.
어린 아이와의 외출에 반드시 필요한 이 차는 종종 따가운 눈총의 대상이 된다. ‘엄마 편하자고 들고 다니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주 요인이다. 대중교통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좁은 복도에서, 엄마들은 때때로 눈칫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괜한 미안함에 몸을 움츠리기도 한다. 그 와중에 가끔은 무거운 문을 열어 주고 자리를 양보해주는 이들을 만나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육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요즘, 유모차와 외출에 나서는 엄마들과 아기들은 어떤 시선들을 마주치며 바깥세상과 만나고 있는 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8개월 된 딸을 둔 ‘지윤맘’(즐거운 우리집), 12개월 아들을 둔 ‘주니맘’(아장아장 주니), 13개월 아들을 둔 ‘도담맘’(동탄맘), 15개월 딸을 둔 ‘설이맘’(콩이)가 대화창을 통해 나눈 갖가지 유모차 에피소드를 대화창의 방식을 그대로 살려 정리했다.
아장아장 주니 : 오늘 주니 돌잔치 준비하려고 백화점 갔다가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유모차 꺼내서 주니를 앉혔는데, 차 사이가 좁아서 못 지나가겠는 거야.
즐거운 우리집 : 그래서? 들어서 올렸어?
아장아장 주니 : 아니? 각이 도저히 안 나오는 거지. 주차요원들은 보고만 있고…. 주니 다시 카시트에 앉히고 유모차만 번쩍 들어서 앞으로 빼고 주니 다시 내려서 유모차에 앉히고 그랬지.
즐거운 우리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저번 주에 백화점 갔다가 화장실 가려는데 화장실 안에 유모차 들어갈 자리는 안 나오고 장애인용 화장실도 없어서 유모차 밖에 세우고 아기띠에 윤이 안고 일 봤잖아.
동탄맘 : ㅋㅋㅋ 난 유모차 밖에 세우고 문 열고 일 본 적 있어 ㅋㅋㅋㅋㅋㅋㅋ
콩이 : ㅋㅋㅋㅋㅋ 나도 ㅋㅋㅋㅋㅋ 다들 이런 경험 있구나
동탄맘 : 백화점이 그나마 편한 축에 속하는데 그래도 불편해~ 한 층 올라가려고 해도 매번 엘리베이터 기다려야 하고 기다려서 타려고 하면 무자비하게 새치기 하고 그나마 타도 자리 좁다고 눈치 주고 ㅠㅠ 서러워….
즐거운 우리집 : 맞어 요즘 유모차 장애인 우선 엘리베이터 있는데도 많던데 유모차 봐도 절대 안 내리더라. 그렇다고 에스컬레이터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래저래 불편해. 차라리 마트처럼 계단 없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으면 좋겠어.
콩이 : 난 지난주에 마트에서 유모차 들어가려고 문 열어 놨더니 그 사이로 사람들 쏙쏙 지나가고 문 닫혀서 신경질 조금 났었어.
즐거운 우리집 : 마트만 그래? 다른데도 다 그렇지. 진짜 가끔 멀리서 보고 문 열어 주려고 오는 분들 계시긴 한데 자기 바쁜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 난 아직 윤이가 어리니까 낮에 한가한 곳만 골라 다니는 데도 이런데 나중엔 어떡하냐….
콩이 : 좀만 더 지나면 아줌마 근성 자동 탑재돼~ 그리고 의외로 대중교통 타면 배려해주는 사람 은근 많아~ 나 폴딩 가지고 설이랑 지하철 자주 타거든. 휠체어 들어가는 자리 있지? 거기 서있는 사람들이 유모차 놓으라고 자리 비켜 준적도 있고 계단에서 무겁지 않느냐고 들어주는 사람도 있었어.
동탄맘 : 나도 마을버스 탄 적 딱 한 번 있는데 그 때 어떤 총각이 유모차 들어 주더라 ㅋㅋㅋㅋㅋ 근데 버스는 좀 무서워. 지하철도 아직 무서워서 못 타겠어.
콩이 : 난 오히려 지하철이 더 안전한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 없는 곳은 아이 안고 유모차 들고 계단 올라가야 돼서 힘들긴 한데 안에 타면 버스보다 안정적이야~ 버스는 저상버스 아니면 유모차 끌고 타기 좀 어려운데 우리 동네는 버스 노선이 두 개 밖에 없잖아. 근데 그나마도 저상버스는 잘 안 오거든. 지하철이 코앞에 있어서 다행이지.
아장아장 주니 : 근데 나는 유모차 끌고 멀리 나가는 거 진짜 싫어…. 마트든 대중교통이든 나도 똑같은 고객이고 돈 내고 이용하는 사람이잖아. 괜히 눈칫밥 몇 번 얻어먹고 나니까 치사하고 더러워서 안 가고 만다 싶더라구. 그냥 내 차 운전해서 가던지 하구 마트도 남편 시키던지 필요한 것만 집 앞 슈퍼에서 사오던지. 집 아주 가까운 데 아니면 나는 나가는 거 피하게 돼.
동탄맘 : 아 맞어 마트가도 카트 진짜 안 비켜주지 않냐?
아장아장 주니 : 길거리도 그렇지 뭐 양보는 바라지도 않아 유모차 좀 안 치고 갔으면 좋겠어 ㅠㅠ
콩이 : 그래도 요즘은 유모차 끌고 다니기 많이 좋아진 거라잖아. 식당도 체인은 거의 다 아기 앉힐 수 있는 의자 주고.
아장아장 주니 : 하긴 난 디럭스 갖고 나가서 눈치보고 있으면 오히려 아기 반기면서 자리 터주는 식당 아주머님들 많이 만나긴 했어. 이런 분들이 식당이 아니라 길거리에 많아야 한다구.
동탄맘 : 친구 중에 한 명이 지하철 타고 어디 갔다가 내리는데 엘리베이터도 없고 계단도 길어서 혼자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가 지나가시던 아주머니가 도와줘서 둘이 낑낑대고 올라왔다는 얘기도 들어 보긴 했어.
아장아장 주니 : 디럭스는 꿈도 못 꿀 얘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콩이 : 난 그래도 설이가 요즘 좀 걸으니까 유모차 졸업 희망이 보여서 기뻐 ㅋㅋ
즐거운 우리집 : 나는 이제 8개월인데 어느 세월에 졸업하냐…. <끝>
* 베이비뉴스와 뉴시스는 오는 9일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영유아 보행권 및 어린이 안전 캠페인 제2기 서포터즈 소망식을 개최한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LG전자, 에이원, 아프리카코리아가 공식 후원하는 행사다.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http://safe.ibabynews.com)에서 자세한 사항을 살펴볼 수 있고, 참가 신청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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