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평균 초혼연령이 30세가 넘어가다보니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각자 꽤 긴 세월의 성 히스토리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그 히스토리를 기반으로한 각자의 기대를 만족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게 되기 마련인데, 이 과정을 어려워하고 결국 포기해버리는 신혼 섹스리스 부부들이 많다.”
유외숙 상담21성건강연구소장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백주념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건강가정세미나 토론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개발한 신혼기 부부교육 프로그램 중 부부관계와 성 파트에 관해 언급하기 위함이었다. 결혼 5년 이내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총 4회기에 걸쳐 진행되는 신혼기 부부교육 중 부부관계, 성 파트는 신혼부부가 서로에게 좋은 성생활을 누리기 위해 알아야 할 점들을 단계별로 다뤄보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유 소장은 이 내용 중 섹스리스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며 부부, 또 한 인간의 삶의 주축이 되는 성에 대한 개념이 신혼기에 잘 정리돼야만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 이런 반응을 보여도 내게 실망하지 않을 건가요?
기대가 큰 만큼 조심스러워서, 상대방을 실망시킬까봐 혹은 본인을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두려워서 서로에게 본인의 성 상태를 솔직하게 개방하지 못하는 것이 신혼 섹스리스를 겪게 되는 큰 이유라고 유 소장은 말했다. ‘이런 반응을 보이면 내게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본인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문제가 생긴다는 것.
유 소장은 “노력하는 것보다 만족이 커야지만 기꺼이 그 과정을 감수하고 끼어들려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파트너와 관계에서 만족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어렵다고 생각하고 포르노를 이용한 섹스 등 쉬운 섹스만 하려는 것을 반복한다. 과정을 해결하는 불안한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섹스를 포기하거나 억제하는 게 안전하고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섹스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도 소통이 막히는 순서를 거친다. 이를 막으려면 우선 성관계, 부부관계에 대해 제대로 된 해석과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이라는 자원은 평생 쓰게 될 자원이다. 이 자원을 어떻게 하면 훼손하지 않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확장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신혼이다. 관계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며 “남편도 아내도 섹스에서 주체가 돼야 한다.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나와 상대방의 자원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당신의 결혼 생활을 안전하게 영위하고 싶다면?
“섹스는 재산, 학벌, 사회적 지위가 통하지 않는 날것의 장면이다.” 유 소장은 “우리는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여러 가지 것들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섹스는 그 포장으로 작동할 수 없는 내가 상대방과 만나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결혼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누구나 알면서도 그 위험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중요한 이유는 어떤 상황에 빠지더라도 끝까지 안전한 동반자를 확보한다는 목표가 있어서다. 이 안전한 동반자를 찾기 위해 좋은 외적 자원을 고르며 애를 써놓고는 결혼해서 정작 성이라는 중요한 욕망과 거리를 두고 다른 출구를 찾게 된다면 결혼의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삶의 성공의 잣대, 20대와 60대는 섹스다
태어나서는 숨을 잘 쉬는 것. 4세에는 소변을 잘 가리는 것. 10대에는 친구 관계. 20대에는 섹스. 30대, 40대, 50대에는 돈 버는 것. 60대에는 섹스. 70대에는 친구 관계. 80대에는 소변을 잘 가리는 것. 90대에는 숨을 잘 쉬는 것. 삶의 성공의 잣대는 나이에 따라 변해간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기까지 몇 가지 안 되는 키워드를 향해 달려가다가 방점을 찍고, 지나온 과정을 거꾸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유 소장은 이 몇 개 안 되는 과정에서 섹스와 친구 관계를 합친 것이 부부관계이며 이것이야말로 삶의 성공을 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소장은 “10대는 친구와 관계 맺는 방식을 학습하며 부부관계의 골격을 만든다. 20대의 섹스는 유일한 애착관계였던 엄마와의 관계를 다른 사람과 유사하게 반복하는 지점이다. 그렇게 이성관계가 결혼으로 넘어가면서 파트너와 신체적, 심리적 결속관계가 된다.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행동으로 본인의 존재를, 성공을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60대에 섹스가 다시 성공의 잣대로 점화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유 소장은 해석했다. 그는 “일터에서 물러나고 외모도, 건강도 예전 같지 않은 60대가 돼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명에 대한 욕구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때 아직도 나를 보고 비비적거리는 배우자, 같이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으로 안도를, 성공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유외숙 소장 외에도 장진경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 교수,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융합연구실장 등 토론자와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100여 명 참관객이 신혼기 부부교육 내용 전반의 중점적인 사안을 짚어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세미나를 통해 다뤄진 내용들은 2015년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25개 자치구 센터를 통해 진행할 신혼기 부부교육을 통해 보급될 예정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 보도자료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