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언제가 부터였는지 정확하게는 기억안나는데 네가 아빠 팬티, 티셔츠, 양말, 신발들을 신으려고 했지. 놀자 니가 왜 그러는지 잘 몰랐지만 아빠는 너의 그 모습이 무척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아빠는 그 이유를 니가 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다음에야 알았단다. “나도 아빠 팬티 입고 어른이 되었다”라는 너의 말을 들은 후에야 말이다. 우리 놀자는 아빠같은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구나.
놀자야, 아마 네가 좀더 커서 10대 청소년이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어른이 되고 싶은 너의 노력을 지금처럼 이쁘고 봐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무튼 아빠도 너처럼. 나이가 들어 몸이 크고, 어른이 입는 옷을 입고 어른 처럼 행동할 수 있으면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닌거 같아.
어른은 내가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것을 깨닫고 자신을 스스로 돌 볼 수 있는 능력, 너와 비슷한 존재인 타인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졌을 때야 비로소 되는 것 같아.사실 아빠도 아직 완전한 어른이 아닌거 같아. 너와 같이 살아가면서 아빠도 어른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거든.
놀자야. 멋진 진짜 어른이 되주렴. 아빠는 멋진 어른이 되어가는 너를 지켜보고 응원할께.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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