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않고 직장에 임신사실 알리고파"
"저 임신했어요, 축하해주세요" 당당히 알릴 수 있게 되길
[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베이비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매 달 한 번씩 여러분과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무척 반갑습니다. 일단 제 소개를 먼저 드려야겠지요. 저는 현재 각각 일곱 살, 세 살인 두 딸을 기르고 있는 엄마이면서, 국회방송의 아나운서인 김보영이라고 합니다.
벌써 13년 전이네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만해도 '언젠가는 나도 엄마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앞으로 열심히만 하면 서른, 마흔이 넘어서도 사회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칠수 있으리라 기대했지요.
때는 2007년, 사회생활 6년 차. 한창 일에 재미가 붙고 능력도 점차 인정받을 즈음 저도 결혼이란 것을 했습니다. 연이어 임신도 했고요.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겨울 오면 눈이 오듯, 이 모든 일은 무척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분명 모두에게 축복받을 일이었지요. 하지만 현실은 어땠을까요?
사랑하는 큰 딸 솔이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이야기지만 처음 임신을 확인한 순간, 기쁨 보다 걱정이 앞섰음을 고백합니다. 네, 짐작하시는 대로에요. ‘그럼 일은 어쩐다?’ 라는 생각이 임신의 기쁨까지도 삼켜버린 것입니다(이는 제 딸 뿐만 아니라,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분들께도 무척 죄송한 이야깁니다).
실제로 저는 임신 3개월여가 다 되도록, 회사에 그 사실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당시 <투데이 의정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혹시 임신과 출산으로 뉴스에서 하차하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임신을 하면 적어도 십 킬로그램은 더 늘 텐데…. 시청자들이 배나온 뉴스앵커를 곱게 봐 줄까?’ 걱정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지요. 마침 그 무렵 있었던 회식 자리에서, 상사들이 권하는 술을 사양하느라 진땀을 뺀 뒤로는 하루 빨리 결론을 내리자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결전의 날. 보도 팀장님께 임신 사실을 알리던 순간, 그 장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아무도 없는 분장실로 팀장님을 모셨습니다. “팀장님, 사실은 제가….” 얼마나 고민하며 꺼낸 이야기인지 모릅니다. 아이를 가진 것이 죄도 아닌데, 저절로 머리가 조아려졌습니다. 뒷목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지요. 팀장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우선 윗분들께 보고하겠다며 서둘러 일어나셨습니다. 홀로 텅 빈 분장실에 남아 있자니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대상없는 원망에다 뱃속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 눈물은 한동안 멈출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모든 것은 저의 기우에 그쳤습니다. 과장님(방송 제작과 책임자)께서 ‘요즘 세상에 아이를 가졌다고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출산 휴가동안 앵커자리를 보전해 줄 테니 맘 편히 쉬고 다시 돌아오라’며, 넘치는 응원과 덕담을 건네주셨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아이 낳기 한 달 전까지 (뱃속의)솔이와 함께 뉴스를 진행 했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 정확히 사십일 만에 회사에 복귀해 (붓기가 아직 덜 빠진 몸으로) 다시 뉴스 데스크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임신은 축복받아야 할 일입니다. 여기에는 워킹맘도 예외일수 없습니다. 요즘 TV에서는 ‘아이 좋아, 둘이 좋아' 캠페인(보건복지부) 이 한창이더군요. 하지만 막상 현실을 들여다보면 아이를 낳고(그것도 둘씩이나)키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미성숙합니다. 특히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처럼, 직장에 임신 사실을 알리는 순간부터 당당하지 못한 분들이 아직 많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지요. 힘든 일은 비단 임신과 출산 뿐일까요? 아이를 키우며 닥치는 문제들에 비하면 임신 열 달은 오히려 천국입니다.
요즘 제 주변에는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지 말걸 그랬다, 다시 태어나면 결코 결혼하지 않겠다’는 동료들의 피로 섞인 한탄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 모두는 '아이를 낳은 게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입을 모아 외칩니다. 하루 24시간을 분, 아니 초 단위로 쪼개어 사는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이의 웃음소리와 살 냄새에 세상을 모두 얻은 듯 행복해지는 우리는,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엄마의 임신도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아야합니다. 엄마의 꿈도 아이와 함께 커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사회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모든 여성들이 직장 안에서도, “저 임신했습니다! 축하해주세요!”라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그 날을 꿈꾸어봅니다.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국회방송(NATV) 아나운서이자 솔, 진 두 딸의 엄마입니다.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아래 주소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bb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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