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만세!' 진짜 엄마 되기 지금부터 시작
'독립만세!' 진짜 엄마 되기 지금부터 시작
  • 칼럼니스트 김보영
  • 승인 2014.11.22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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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서 나오니 아이들이 자주 병에 걸려요

[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환절기를 맞아 소아과 행차가 잦아졌습니다. 본래 솔이와 진이 두 아이 모두, 여간해서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올 가을에는 둘이 번갈아가며 소아과를 찾고 있네요. 가만 따져보니, 아이들이 자주 아프게 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친정에서 독립한 이후부텁니다.

 

사실 저는(저희 식구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친정에 ‘얹혀’ 살았습니다. 제가 솔이를 낳을 무렵인 2007년 2월, 친정엄마께서는 저희 부부를 당신 집으로 불러들이셨습니다. 일하는 딸이 아이 키우며 고생할까 싶어서였겠지요. 마침 저희 부부 또한 아이 키우는 문제로 고민이 컸던 터라, 사양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남편은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전공의 1년차로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들어오는 형편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친정 엄마의 배려 덕분에 저는 큰 아이를 낳고 한 달 만에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갓난아이를 돌보는 것이며 저희 부부의 끼니와 세탁, 청소까지 모두 (친정)엄마 몫이 되고 말았지만요(딸 치우고 나서 편해지나 싶었더니, 셋이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ㅠㅠ).

 

게다가 저는 (염치없게도) 첫째를 낳고 4년 뒤인 2012년, 둘째까지 낳았습니다. 심지어 둘째 때는 전문 조리원에 들어가지도 않고 엄마께 산후조리를 받았답니다. 산후조리원의 고가의 비용을 핑계로 말이지요. 덕분에 저희 엄마께 산바라지 하는 수고만 더 보태어드린 셈입니다.

 

그 뒤로 다시 2년여, 그렇게 총 7년을 친정에서 보내면서 가장 큰 덕을 본 건 역시 제 아이들입니다. 엄마는 제 두 딸을 당신 자식 키울 때보다 더 공 들여 돌보셨거든요. 아이들이 이때껏 큰 병치레 없이 건강히 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덕분입니다. 엄마는 아이들의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입는 것, 자는 것, 노는 것까지 손녀들과 관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극성스럽게 챙기며 살뜰히도 보살펴주셨지요. 그 덕분에 저와 남편은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 없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며 지낼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어느 덧 솔이는 일곱, 진이는 세 살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각각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졌지요. 생후 3년, 육아의 고난기가 지나니 이제야 비로소 홀로설 자신감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난 8월, 저희 네 식구는 독립했습니다. 결혼 8년차에 두 아이의 엄마. 겉으로 보면 프로 주부 8단의 풍모를 갖추었건만 실상은 무늬만 엄마에 나일론(?) 주부인 저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안하던 집안일을 하려니, 몸살이 날 지경이었지요. 무엇보다 끼니를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엄마라고, 대충 사다가 먹이고 싶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온갖 요리 사이트와 책을 섭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바쳐도 이미 할머니 입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잡기란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입이 짧은 진이는 식사시간마다 가장 먼저 식탁으로 달려 와 한 술을 뜨고는, "맛이 없어"라는 돌직구를 날리며 입을 닫아버리기 일쑵니다. 이럴 땐 정말 꿀밤이라도 한 방 쥐여박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밥숟가락 들고 아이를 쫓아다니는 엄마들이 못마땅했습니다(솔이가 워낙에 식성이 좋아 주는 대로 다 잘 먹었거든요. 아이 아빠가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그 엄마들의 심정을 백분 이해합니다. 그냥 굶기면 된다고요? 배고프면 먹지 않느냐고요? 아니요, 밥 안 먹는 아이들은 아무리 허기가 진대도 먹지 않더라고요. 엄마들은 아이가 저러다 굶어 죽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 야단을 벌이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밥 때마다 ‘숟가락 전쟁’을 벌이는 엄마들의 심정을 백번 이해합니다. 무엇이든 내 일이 되어 겪어보지 않고는 쉽게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나 할까요.

 

이렇듯 먹는 게 부실해서인지, 요즘 진이는 중이염에 기관지염까지 얻었습니다. 지난밤에는 열이 무려 40도를 오르내렸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 대로 타이레놀시럽과 부루펜 시럽을 두 시간 간격으로 먹였지만 열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고열에 축 늘어진 아이를 보니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더군요. 거즈 수건에 미지근한 물을 적혀 아이의 온 몸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아이는 가쁘게 숨을 내리쉬는 중에도, 엄마가 아닌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애타게 할머니를 찾는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그동안 못다 한 사랑을 아낌없이 주리라 다짐도 해봅니다.

 

오늘 저녁에는 잘 불린 쌀에 채소와 소고기를 잘게 다져넣고 뭉근한 불에 끓여 죽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정성으로 만든 죽에 참기름 한 방울을 똑 떨어뜨려 후후 불어 식혀 먹이면 좀 당겨할까요. 부디 오늘 저녁에는 진이가 죽 한 그릇을 뚝딱 비워서,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최고! 최고! 우리 진이 최고!"를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립만세 이야기는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투데이 의정뉴스>, <TV, 도서관에 가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서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을 내고 워킹맘을 위한 강연 및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bbopd@naver.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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