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전세가 사라진다
수도권 1억 원 이하 전세 35만 가구 뿐….
칼럼니스트 조은상acetrick@mediawill.com
[연재] 조은상의 내 집 마련 노하우
이제 싸게 구할 수 있는 전셋집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부동산써브 DB를 활용해 확인한 결과 11월 말 기준으로 경기 전세가 1억 원 이하 가구수는 수도권에 총 35만 1313가구가 남아 있다. 서울은 3만 633가구, 경기 21만 7806가구, 인천 10만 2874가구다. 지난 2009년에는 수도권 전체에 95만 21가구가 있었는데 5년 새 약 60만 가구나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전세는 월세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 저가 전세물건은 월세로 바뀌기 더 쉬운 조건이기 때문에 조만간 1억 원 이하 전세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말이 쉬워 1억 원이지 젊은이들에게 1억 원은 매우 큰돈이다. 1년에 1000만 원씩 모은다고 해도 꼬박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취업난으로 최초 취업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20대 후반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 30대 후반에야 1억 원을 모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니 결혼 연령이 자꾸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자료를 살펴보자. 전세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1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올해 전세 재계약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가구당 평균 4040만 원이다. 서울은 5504만 원, 경기는 3332만 원, 인천은 3187만 원이다.
이 자료는 2년 전 전셋값과 비교한 것인데 조사가 아파트에 한정돼 있고 가구당 평균값이므로 실제 체감하는 가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전세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틀림없다. 서울에서 좀 살기 좋은 지역이거나 새아파트라면 1억 원 이상 전세가격이 오른 경우도 많다. 실거래가를 조금만 뒤져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어렵사리 돈을 맞춰 올려준다고 해도 그 집이 내 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에서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기관인 LH의 부채는 상반기 집계 기준으로 138조 8000억 원이라고 한다. 돈이 없다 못해 빚이 넘친다.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결국 정부가 돈이 없으니 외부로부터 돈을 빌리겠다는 말과 같다. 민간자본은 수익성 논리에 따라 움직일 것이므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공공이 제공하는 국민, 영구임대 주택은 자격조건이 까다롭고 이미 대기자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리고 대체로 면적이 좁아 출산 이후 자녀 물건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신혼부부가 거주하기에는 좁게 느껴질 것이다.
구구절절 저가 전세가 사라지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어떻게든 전세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오늘의 싼 전세가 내일의 비싼 전세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것은 사실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싼 전셋집이 사라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설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싼 전셋집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데 전세자금대출 받아서 다시 전세를 살아야 한다면, 또는 자기 자금에 다소 여유가 있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면 필자는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본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많은 집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신혼부부들은 생애최초주택자에게 주는 혜택이나 공유형 모기지,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내 집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주거 여건을 갖추기를 권한다. 물론 본인 보유 자금이나 향후 소득 등을 감안해 감당이 가능한 선에서 찾아야 하는 건 명심해야 한다.
자금에 여유가 아주 많거나 소득이 많은 경우라면? 전세든 자가든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칼럼니스트 조은상은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평가된 지역을 발굴하는데 관심이 많아 여러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보다는 내 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부동산지식을 전달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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